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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6월 4주차)

글로벌 No. 1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세계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을 전합니다.

2022년 6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미국, 이미 경기침체 진입?
2. 구매관리자지수로 본 세계경제 현황
3. 미국 수요 약화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나비효과
4. 천연가스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유럽의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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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이미 경기침체 진입?

상당수 기업 리더들이 미국 경기침체가 임박했다거나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동의하는 경제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한 단서를 주는 지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기침체의 가장 큰 함정은, 그것이 시작된 지 한참 후에서야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상황이 끝난 후에야 경기침체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도 있다. 다음의 단서들을 살펴보면 현재 미국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먼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삼(Claudia Sahm)이 고안한 ‘삼의 법칙’(Sahm Rule)1을 살펴보자. 지난 2019년 삼은 재정적 경기부양 시작 시기를 결정하기 위해 경기침체 시작을 알리는 신뢰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삼의 법칙은 1960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9번의 경기침체 모두에 들어맞았는데, 그 핵심은 실업률의 최근 3개월 이동평균이 지난 12개월 동안 최저치보다 0.5%포인트 높으면 경기침체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한다. 현재 상황에 삼의 법칙을 적용하면, 5월에 3.6%를 기록했던 미국 실업률이 6월에 5.1%까지 올라야 한다. 이럴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적어도 삼의 법칙에 의하면 미국은 아직 경기침체가 아니다.

또 다른 실증적 단서는 국채 수익률 곡선(yield curve)2이다.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를 보는 것이다. 지난 45년간 미국 경기침체가 발생할 때마다 경기침체 초기에 2년물 수익률이 10년물 수익률을 넘어섰다. 이를 수익률 곡선이 역전됐다고 한다. 현재 아직까지는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중 며칠 정도는 역전된 적이 있다. 10년물-2년물보다 10년물-3개월물 수익률 곡선이 더 확실한 신호가 될 수도 있다. 현재 10년물-3개월물 수익률 스프레드는 제로(0)를 훨씬 웃돌고 있다. 따라서 수익률 곡선으로 본 경기침체 가능성 또한 요원하다.

소비지출 관련 몇 가지 지표들은 미국 경제의 견조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3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승객 수가 여전히 COVID-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어도 꾸준히 늘고 있고, 영화관 주간 티켓 매출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주간 호텔 숙박률은 2019년 수준을 소폭 밑돌고 있지만 상승 중이다. 소비자들의 서비스 수요가 활기를 띄고 있다는 뜻이다. 제품에 대한 소비지출이 줄면서 상당수 소비자들이 팬데믹 기간 동안 포기했던 서비스를 다시 소비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 신호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매우 중요한 경제지표인 주택산업 경기가 하강 조짐을 보이고 있다.4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를 대폭 끌어올렸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으로 선회한 것이 일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 주간 주택 재고가 급증했다. 주요 원인은 수요 감소다. 5월 들어 기존주택판매가 감소했고 신규주택 착공건수도 급감했다. (다만 주택 건축허가 건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시장 경기 하강은 분명한 경제 악화 신호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지표들에 따르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 것도, 경기침체가 임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태는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이, 경제전문가들조차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 한참 지난 후에야, 아니면 경기침체가 끝난 후에야 경기침체였음을 깨닫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또한 경기침체를 일으키는 원인이라 할 만한 일들이 현재 나타나고 있다. 재계에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중단하거나 투자 지출을 감축 또는 중단할 수 있다. 휘발유 가격 급등에 타격을 받은 소비자들은 다른 품목에 대한 지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다른 위험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경기침체가 곧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1] “So You Think We Might Be In a Recession Today?” Econbrowser
[2]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Minus 3-Month Treasury Constant Maturity (T10Y3M), FRED, St. Louis Fed (stlouisfed.org)
[3] Calculated Risk (calculatedriskblog.com)
[4] Calculated Risk (calculatedriskblog.com)

 

2. 구매관리자지수(PMI)로 본 세계경제 현황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집계하는 구매관리자지수(PMI) 6월 잠정치를 뜯어보면 세계경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경기침체 신호가 나온 것은 아니다. 미국·영국·유로존·일본 등 세계 4대 경제 지역의 제조업 및 서비스 부문 PMI는 모두 확장세를 가리켰다. 하지만 세부내용을 살펴보니 우려할 만한 경기둔화 양상이 드러났다.

PMI는 민간 제조업과 서비스 부문의 전반적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로, 민간 기업의 구매관리자(purchasing manager)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기반해 집계한다. 서베이에서 구매관리자들에게 생산, 신규주문, 수출주문, 고용, 투입 비용 및 출하 가격, 재고, 출시 계획, 경기전망 등을 묻는다. 지수는 50을 기점으로 경기 확장과 위축으로 나뉜다. 지수가 50선을 넘어 높아질수록 경기 확장세가 가팔라지고, 50 밑으로 내려가 낮아질수록 경기 위축세가 심화된다는 뜻이다.

먼저 미국 PMI를 살펴보자. 미국 6월 제조업 PMI1는 52.4로 5월의 57.0에서 급락하며, 2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수치 상으로는 여전히 양호한 경기 확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내용을 살펴보니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하위 항목 중 생산지수가 6월 들어 경기 위축세를 나타낸 것도 모자라 서베이가 집계된 이후 세 번째로 가파른 위축세를 나타냈다. 이번보다 심한 위축세를 기록한 것은 2008년과 2020년 경기침체 초기 당시 단 두 번뿐이다. 또한 신규주문과 수출주문도 모두 감소했다. 신규주문이 감소한 것은 식품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급등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수요가 줄고, 소비자와 기업들의 경기신뢰도가 모두 악화된 탓으로 풀이된다. 반면 치솟는 에너지 가격 때문에 투입 비용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미국 6월 서비스업 PMI 또한 51.6으로 5월의 53.4에서 하락하며, 겨우 확장세를 유지했다. 하위 항목 중 생산지수는 확장세를 나타냈으나, 신규주문은 감소했다. 투입 비용과 출하 가격 모두 상승세가 둔화됐고, 수주잔고도 감소했으며, 고용 증가세도 둔화됐다.

IHS마킷은 6월 미국 PMI가 심각한 경제활동 약화를 나타냈으나, 경기 하락을 시사한 것은 아니라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PMI 수치로 보아 제조업 부문이 이미 경기 하강 단계에 진입했고 서비스 부문 경기 확장세도 급격히 둔화돼6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1%를 밑돌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인플레이션 우려에 소비자 수요가 약화된 데다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 성장을 억제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기업 수요도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IHS마킷은 수요가 약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존 6월 민간 경기2도 미국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유로존 6월 제조업 부문 PMI는 52.0으로 5월의 54.6에서 하락하며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서비스 부문 PMI도 52.8로 5월의 56.1에서 떨어졌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계속되는 공급망 차질 때문에 수요가 약화돼 경제활동이 급격히 둔화됐다. 특히 제조업 부문, 그 중에서도 독일 제조업 부문 확장세가 크게 둔화됐다. IHS마킷은 “2020년 초 팬데믹으로 인해 민간 경기가 급격히 악화된 것을 제외하면, 6월 유로존 PMI는 2008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이후 최악의 성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6월 PMI 수치를 반영하면 유로존 6월 GDP 성장률이 연율 0.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부적으로 재계 신뢰도가 급격히 악화됨과 동시에 재고가 쌓여 민간 경기가 매우 취약해졌음을 나타냈다. 또한 제조사들이 향후 수 개월간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는 신호도 나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럽의 경제 체력이 미국보다 약해 경기침체에 더 취약하다는 판단에 근거해 그간 급격한 긴축 행보를 피해 왔다.

영국 6월 제조업 부문 PMI는 53.4로 5월의 54.6에서 내리며 2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3 서비스 부문 PMI는 53.4로 전월과 동일했다. 영국 경제는 미국이나 유로존처럼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지는 않았으나, IHS마킷은 “영국 경제가 빈 기름통으로 달리고 있는 차”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IHS마킷은 “영국 민간 경기가 현재 그나마 확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전 몇 개월간 쌓여 온 수주를 아직 해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민간 기업들에 대한 신규수주는 제로에 가깝다. 특히 제조업체들, 특히 수출 제조업체들은 수주 급감을 겪고 있다. 서비스 부문 경기도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회복되는 듯했으나, 최근 생활비가 급등하면서 추세가 반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고 영란은행(BOE)이 긴축 통화정책에 나서, 경기 상방 위험보다 하방 위험이 우세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4 은 위에 열거한 주요 지역의 추세를 거스르며, 민간 경기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하위 항목 중 생산지수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일본 민간 경기는 정부 통제 또는 자발적 COVID-19 제한조치로 인해 약화됐다가 최근 제한조치가 풀리고 경제활동이 점진적으로 반등하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고 일본은행(BOJ)과 정부 모두 완화적 통화 및 재정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6월 제조업 PMI는 51.0으로 5월의 51.5에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으며, 서비스 PMI는 54.2로 5월의 52.6보다 상승했다. 6월에 일본 경제활동이 본격 재개된 덕분이다.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조치도 조금씩 풀리면서 일본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1] S&P Global Flash US Composite PMI
[2] S&P Global Flash Eurozone PMI
[3] S&P Global / CIPS Flash United Kingdom PMI
[4] au Jibun Bank Flash Japan Composite PMI

 

3. 미국 수요 약화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나비효과

팬데믹, 무역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인상 등 최근 여러 요인들이 중국 경제를 강타했다. 이제 중국의 COVID-19 봉쇄조치가 완화되면서 경제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 불던 역풍에 더해 새로운 역풍까지 가세해 중국 제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우선 미국과 유럽을 위시한 세계 전반의 수요가 긴축 통화정책,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공포로 인해 약화됐다. 또한 팬데믹이 엔데믹(풍토병)으로 전환되면서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를 줄이고 대신 서비스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제조업에 유리한 여건이 아니다. 게다가 중국의 COVID-19 제한조치들이 상당 부분 완화됐어도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다. 이로 인해 중국 제조업 생산은 여전히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실정이다.

실제로 중국 공장들은 생산량을 줄이고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1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국 수출 부문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약 1억8,000만 개에 달한다. 이는 비농업부문 일자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제조업 수출 부문이 약해지면 일자리가 대폭 줄어 이미 취약한 경제가 더욱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 중국 제조업 부문의 이러한 상황은 몇몇 지표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도시 실업률이 상승했고, 청년 실업률은 사상최고치를 찍었으며, 제조업 PMI는 (5월에 소폭 개선되기는 했으나) 위축세를 가리켰다. 중국 도시 제조업 근로자의 대다수는 지방의 작은 마을이나 농촌 출신이다. 따라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의 역(逆)이주가 본격화되면 사회적 소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중국이 봉쇄 및 제한 조치를 철회하기만 하면 태평양 횡단 화물 운송이 급증해 운임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발 미국 서부행 화물 컨테이너 운임2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는 수입품에 대한 미국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다.

태평양 횡단 컨테이너선 현물운임(spot rate)3은 6월 20일 주간에 3% 하락해, 6월 한 달간 17% 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재고가 쌓여 미국 소매업체들이 수입품 수주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봉쇄 완화 후 중국 상하이 항구 혼잡도도 당초 예상과 달리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수치들로부터 끌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추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소비 수요가 급격히 둔화돼 심각한 불경기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소매부문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거의 절반을 구매하는데, 미국 소비자들의 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외식과 항공기 등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4 둘째, 중국 제조업 생산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경제성장과 고용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셋째, 화물 운임 하락과 수요 약화로 인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중국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쓰이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수 있다.

1 ”China manufacturing: fresh lay-offs in the Pearl River Delta add to worries over economic slowdown,” South China Morning Post (scmp.com)
2 ”China, US shipping rates continue to tumble as inflation cools consumer demand,” South China Morning Post (scmp.com)
3 ”China, US shipping rates continue to tumble as inflation cools consumer demand,” South China Morning Post (scmp.com)
4 ”Advance Monthly Sales for Retail and Food Services, United States Census Bureau,” May 2022 (census.gov)

 


4. 천연가스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유럽의 기싸움

러시아가 독일과 이탈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 제한 조치에 나섰다.1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여유 물량 공급에 한계가 생겼다고 설명했지만, 서방국 정부는 러시아가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대한 복수에 나선 것이라 간주하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 수출을 제한하자 유럽 가스 가격이 폭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 이미 상승일로를 보이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6월 20일 주간 60% 이상 치솟았다. 과연 러시아의 가스 수출 수입이 줄었을지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수출량이 줄은 대신 가격이 상승하면서 러시아가 챙긴 수출 수입은 전혀 줄지 않았을 수 있다. 오히려 천연가스 공급량은 부족해지고 가격이 오른 서유럽만 부정적 영향을 받은 셈이 됐다.

러시아는 유럽이 고개를 숙이고 제재를 철회할 때까지 계속 압박할 심산이다. 하지만 유럽은 언젠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다른 천연가스 공급원을 재빨리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량 중 유럽이 소비하는 비중은 전쟁 전 40%에서 현재 약 20%까지 줄었다. 대신 유럽은 러시아 외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규모를 대폭 늘렸다. 다만 미국 전체 액화처리 능력의 20%를 차지하는 한 LNG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유럽에 대한 공급량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한편 유럽에서는 에너지 부족난을 막기 위해 석탄화력을 다시 활용하자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또한 유럽 각국의 정부는 겨울철까지 천연가스 여유 공급량이 남아 부족난이나 가격 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도록 장려하고 있다. 이들 정부는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급등해 겨울철 배급제를 도입해야 할 경우 유럽 경제회복세가 빠르게 좌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CB를 비롯한 유럽 경제 및 통화 정책 지도부는 2022년 유럽 경제가 플러스 성장률을 지속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에너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완만한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가 다가오는 겨울철에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러시아가 이미 지난 6월 16일 독일과 이탈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일부 중단한 만큼 유럽과의 분쟁에서 ‘지렛대’를 강화하기 위해 한층 과감한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을 전면 중단하면 일시적으로 러시아 국가 재정이 타격을 받겠지만, 유럽도 심각한 타격을 받아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 파티 비롤(Fatih Birol) IEA 사무총장은 “겨울이 다가올수록 러시아의 의도가 명백해지고 있다”며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고를 고갈시켜 겨울 시점에 맞춰 유럽과의 분쟁에서 강화된 지렛대를 휘두르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유럽 각국 정부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긴급 조치에 나섰다. 석탄화력 발전을 다시 활용하고, 러시아 외 지역에서 생산된 LNG 수입을 늘리고, 소비자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샤워 시간을 단축해 달라는 등) 가스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석탄 사용은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노력을 일시 후퇴시키는 선택이다. 하지만 IEA는 유럽의 석탄 사용은 정당한 결정이며, 궁극적으로 청정에너지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석탄 사용에 따른 일보후퇴 후 이보전진을 이루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청정에너지에 대한 유럽의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문제는 유럽 각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들로 올 겨울 에너지 부족난을 피할 수 있느냐다. 비롤 사무총장은 현재 조치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이 원자력 발전소 해체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탈원전을 지향하는 독일을 명백히 겨냥한 발언이다. 

한편 세계경제가 약화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 속에 지난 20일 주간 국제유가가 하락했다. 역시 고(高)물가 잡는 최고의 약은 고물가다.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자 구매 여력이 떨어져 수요가 약화되고 결국 물가가 하락한다.

[1] ”EU fears of being held to ransom by Russia over gas become a reality,” Financial Times (ft.com)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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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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