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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11월 1주차)

글로벌 No. 1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세계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을 전합니다.

2022년 11월 1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미국 경제, 올해 첫 플러스 성장...곳곳서 역풍 감지
2. 미국 경제, 소비가 떠받쳐...소득 주는데 예금 헐어 지출
3. 미국 대도시 주택가격 하락세 지속…지속적인 추세될까
4. 미국,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디커플링…반도체는 어려울 듯
5. 유럽,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 성공...가스가격 급락

1. 미국 경제, 올해 첫 플러스 성장...곳곳서 역풍 감지

미국 경제는 3분기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곳곳에서 취약한 상태가 드러났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1가 연율 2.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2 이는 전문가 예상치도 웃도는 수준이며, 올해 1~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후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한 것이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소비지출이 연율 1.4% 증가하며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다만 서비스 지출은 2.8% 증가한 데 반해 재화 지출은 1.2% 감소했다. 이는 팬데믹 이전 소비 패턴이 부활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재화 수요가 이처럼 계속 감소하면서 공급망 스트레스가 해소돼 인플레이션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투자활동을 나타내는 비주거용 고정투자(nonresidential fixed investment)는 3.7%의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세부적으로 명암이 갈렸다. 우선 2021년 2분기 이후 매 분기 감소했던 사무실, 쇼핑센터, 공장 등 건축물 투자는 올해 3분기에도 15.3%의 가파른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는 팬데믹 이후 경제 전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격 업무와 쇼핑이 늘어나면서 사무실과 소매 공간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는 것이다. 반면 컴퓨터, 통신장비, 운송장비 등 장비 투자는 10.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R&D), 브랜드 등 지식재산 투자도 6.9% 증가했다.

이번 GDP 세부항목 중 가장 급격한 감소율을 보인 것은 주택 투자로, 연율 26.4% 줄었다.3 이는 6개 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자 주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택 투자 감소율을 배제하면, 3분기 GDP 성장률은 2.6%에서 4%까지 올라갈 정도다.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끌어내린 주요 요인은 재고 급감이었다.4 당시 GDP 성장률을 1.9%포인트 끌어내렸던 재고는 3분기 들어 감소세가 다소 완화되며 GDP를 0.7%포인트 끌어내리는 데 그쳤다. 재고 감소율을 제외하면, 3분기 GDP 성장률은 2.6%에서 3.3%로 올라간다. 또한 정부지출과 순수출을 제외할 경우 GDP 성장률은 0.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쳐, 주택시장 경기 냉각으로 내수가 이례적일 정도로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냈다. 내수의 급격한 둔화를 나타내는 이러한 소식은 미국 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해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3분기 GDP가 발표된 10월 27일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편 정부지출은 국방 지출(4.7% 증가)에 힘입어 연율 2.4% 증가했다. 재화와 서비스 수출은 14.4%의 강력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수입은 6.9% 감소했다. 따라서 무역수지는 GDP 성장률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5개 분기 연속 감소했던 실질 가계가처분소득(personal disposable income, PDI)은 3분기 들어 1.7% 증가해, 고용 증가세가 계속 공고한 양상을 보이고 있음을 반영했다.

전반적으로 이번 3분기 미국 GDP 결과는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그 속에서 중대한 역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미 경기침체가 임박했음을 예고한 구매관리자지수(PMI)5에서도 감지된 바 있다. 금융시장은 이번 GDP 결과에 대해 국채 수익률 하락으로 반응했다.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은 연준이 공격적 긴축에 나서는 환경에서도 기업투자 중 비건축 투자가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신용시장 활동과 함께 투자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팬데믹 정점 시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 두둑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6 장기적 미래를 내다보고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리가 상당히 오르기는 했어도, 과거 기준으로는 여전히 저금리 시대라 할 수 있다.7 따라서 금리가 한참 더 올라야 기업투자가 위축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재계에서는 임박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보다 장기적 성장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또 연준이 GDP보다도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가 2020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유가 하락과 재화 수요 감소에 힘입어 근원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연준이 긴축에서 방향을 선회할 수 있다.


1 미국 GDP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3차례 발표된다. 향후 발표되는 잠정치와 확정치는 수정될 수 있다.
2 U.S. Department of Commerce. Gross Domestic Product, Third Quarter 2022 (Advance Estimate)
3 Ibid.
4 Ibid.
5 PMI, Purchasing Managers’ Index – Manufacturing, Services (spglobal.com)
6 US Corporate Cash Balances Unlikely to Match Pandemic Peak (fitchratings.com)
7 TRADING ECONOMICS | 20 million INDICATORS FROM 196 COUNTRIES


2. 미국 경제, 소비가 떠받쳐...소득 주는데 예금 헐어 지출

지난 9월에도 미국 경제를 떠받친 것은 소비자들이었다. 9월 개인 소득과 지출 지표는 실질소득이 정체 양상을 보였음에도 소비자들이 팬데믹 동안 축적해 놓은 예금을 헐어 열심히 소비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게다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도 감지됐다. 이는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에 긍정적 재료로 소화돼, 주가지수는 급등했고 국채 수익률은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세부내용을 살펴보자.1

9월 미국 실질 가계가처분소득(PDI)은 전월비 보합을 기록했다. 인플레이션율이 워낙 높아 명목 임금상승률이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개인 저축률은 9월의 3.4%에서 9월에 3.1%로 떨어져,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확대됐다. 결과적으로 실질 PCE는 9월 들어 0.3%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내구재 지출이 0.1%, 비(非)내구재 지출이 0.6%, 서비스 지출이 0.3% 각각 늘었다.

올해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종료됐기 때문에 전년비 수치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월 실질 PDI는 전년비 2.9% 감소했다. 하지만 저축 규모도 전년비 크게 줄면서, 실질 PCE는 오히려 1.9%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재화 지출은 전년비 0.5% 감소한 반면 서비스 지출은 3.1% 증가했다. 이는 지난 1년간 미국 소비 패턴이 팬데믹 이전으로 회귀했음을 나타낸다. 또한 재화 지출이 감소하면서 공급망 스트레스와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연준이 인플레이션 전망을 수립할 때 주시하는 PCE 물가 지표는 전년대비 6.2% 상승했다. 이는 8월과 동일한 수준이며, 정점을 찍었던 6월의 7%에 비해서는 하락한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지표는 전년대비 5.1% 상승했다. 이는 8월의 4.9%보다 높아진 것이지만, 3월에 기록한 고점 5.4%보다는 낮아진 수준이다. 이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드디어 완화 추세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인플레이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 행보의 방향을 바꾸려면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더욱 확실히 나타나야 할 것이다.


1 U.S. Department of Commerce. Personal Income and Outlays, September 2022


3. 미국 대도시 주택가격 하락세 지속...지속적인 추세될까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20대 대도시 주택가격을 집계한 스탠다드앤드푸어스 케이스-실러(S&P Case Shiller) 주택가격지수1는 7월에 전월 대비 0.8% 하락한 후 8월 들어 낙폭이 1.6%로 더욱 커졌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여전히 13.1% 상승한 수준이다. 주택가격이 이처럼 전월비 계속 하락하는 것은 ‘연준의 금리인상→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주택시장 경기 악화’의 고리 때문이다.

도시별로 샌프란시스코(전월비 4.3%↓), 시애틀(3.9%↓), 샌디에이고(2.8%↓), 로스앤젤레스(2.3%↓)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특히 기술 산업 비중이 높은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의 주택시장이 더욱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또한 서해안 지역 주택가격은 사상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반면 클리블랜드, 마이애미, 뉴욕, 워싱턴 D.C. 등의 주택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준의 긴축 정책이 지속되고 경제성장세가 약화되면서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기침체가 발생함과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아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주택시장이 다시 살아나 주택가격도 반등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 팬데믹으로 거주 수요가 얼마나 영구적으로 변모했는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팬데믹이 발발하자 붐비는 지역을 피하고자 하는 열망에 도시 대탈출이 이어졌다. 홈오피스와 홈짐이 있는 더욱 큰 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도시의 좁은 집을 떠나 큰 집에 보금자리를 튼 사람들이 팬데믹이 끝났다고 해서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대다수가 여전히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더욱 좋은 거주환경에 있는 더욱 큰 집으로의 수요 전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조가 될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주택시장 투기 거품이 이제야 빠지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떠한 해석이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1 S&P Dow Jones Indices. S&P Corelogic Case-Shiller Index Continued to Decelerate in August


4. 미국,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디커플링...반도체는 어려울 듯

미국과 중국이 몇 년에 걸쳐 징벌적 관세와 무역 제재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양국이 결국 디커플링(decoupling)의 길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의 최근 연구1에 따르면, 그에 대한 답은 ‘예’와 ‘아니오’ 둘 다이다. 미중 무역관계를 분석한 PIIE는 지난 4년간 일부 품목의 양국간 무역 규모는 급증한 반면 일부는 저조한 양상을 보였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결론적으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당시 관세율이 대거 인상된 후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에서 철회되지 못한 품목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받았으나, 그렇지 않은 품목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로 미국의 중국산 수입이 위축됐다. 예를 들어, 미국의 총 수입 규모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기 이전보다 38% 증가했으나, 중국산 수입 규모는 전혀 늘지 않았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포화를 피한 중국산 품목의 수입은 같은 기간 50% 증가했다. 관세율이 오르지 않은 품목의 수입 규모는 다른 국가의 수입품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반면 대중 관세의 칼날을 맞은 여타 품목은 관세율이 높을수록 수입량이 적었다.

이러한 양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로 중국산 노트북 및 모니터 vs. IT 하드웨어 및 가전제품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이 중국산 노트북과 모니터에 대해서는 관세 공격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산 수입 규모가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했다. 해당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수요가 워낙 높기 때문에 중국산이 아니더라도 수입량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총 수입량 중 중국산이 92%를 차지할 정도였다. 반면 대중 관세율이 25%에 달하는 IT 하드웨어와 가전제품의 경우 여타 국가에서 들여오는 수입량이 62% 급증하는 동안, 중국산은 62% 급감했다. 중국산 자동차 부품과 반도체도 같은 처지다.

기술에 초점을 맞춘 국경 간 투자 제한은 미중 경제관계를 크게 훼손시켰다. 중국이 핵심 기술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미국 정부가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양국간 경제관계의 회복은 요원하다. 특히 미국은 국가안보에 중요한 기술의 가치사슬을 중국이 타고 오르지 못하도록 모든 루트를 차단할 태세다.

민간 기업들의 탈(脫)중국 물결도 미중 디커플링을 부추기고 있다. 팬데믹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전례 없는 쇼크를 경험했던 수많은 기업들2이 보험이라도 든다 생각하고 중국 외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산과 공정시설을 동남아시아와 인도, 멕시코 등지로 옮기고 있다.

휴대폰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산은 여전히 미국의 휴대폰 총 수입량 중 74%를 차지하지만,3 2018년 이후 중국 외 지역에서 미국이 수입한 휴대폰 물량은 70% 증가한 반면 중국산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베트남산이 중국산 몫을 대부분 앗아갔다.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 거부감을 내비치며 빠른 속도로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가치사슬에서 위쪽으로 이동하고 인건비도 상승하면서, 의류와 섬유, 완구, 신발 등 가치사슬의 하단에 위치한 제조업이 빠르게 중국을 탈피해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편 PIIE는 미중 디커플링 과정에서 새로운 위험이 고개를 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랜 세월 얽히고 설킨 경제 및 무역 관계를 분리하려면 공급망을 재편하고 새로운 공급원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재화 부족난과 인플레이션과 같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의 공급망 경색은 미중 디커플링이 진행되면서 불거진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미중 디커플링이 아예 서방과 아시아 간 디커플링으로 확대되면서 무역 외 다른 양상도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최근 행보가 아시아와 서방 간 디커플링의 방향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행보는 미국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법(Chips Act)4이다. 반도체법은 국산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미화 530억 달러(약 75조4,600억 원)의 지원금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산업 접근을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법이 중국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미국은 핵심 반도체 공정 대부분을 대만에 의존하고 있는데, 아시아의 지정학적 동향을 감안할 때 위험 요소가 상당히 많은 구조라는 지적이 미국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 정부의 목적은 위험 요소를 제거한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최근 보고서5에서 반도체법 때문에 미국 경제는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떨치지 못한 채 더 많은 비용만 지불하게 되는 결과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에서 새로운 팹(fab, 반도체 조립 공장)을 건립해 가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만에서 건립, 가동하는 것보다 44% 많이 든다”고 지적했다. 44% 중 21%는 미국이 아시아보다 더 많은 자본지출(CAPEX)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18%는 10년간 운영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고, 5%는 문화와 운영, 관리 방식 차이 등으로 인해 운영이 훨씬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다각화, 특히 국산화하려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골드만삭스는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도 국산 반도체 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보조금의 도움을 받더라도 미국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1%도 안 늘어날 것”이라며 “반도체 기술이 한층 첨단화되면서 자본지출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3년간 반도체 산업 자본지출은 연간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10년간 증가율은 약 8%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반도체법은 반도체 공급망 내에서 아시아의 현재 위치나 중요성을 대체하려는 시도라기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나 대형 공급망 차질에 대해 ‘헤징’(hedging)하기 위한 지정학적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 정부의 공급망 다각화와 국산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산업만큼은 아시아와의 디커플링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1 Four years into the trade war, are the US and China decoupling? | PIIE
2 Ibid.
3 Ibid.
4 Ibid.
5 Why the CHIPS Act Is Unlikely to Reduce US Reliance on Asia (goldmansachs.com)

5.유럽,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 성공...가스가격 급락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 독일 재무장관은 “가능한 한 조속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탈피하겠다”고 선언했다.1 이는 몽상가의 헛된 꿈이 아니다. 린트너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독일이 이미 러시아 외 다른 국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할 수 있는 부유식 터미널에 투자하고 있고, 클린 에너지 투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여름이 지났는데도 유럽에서 이상 고온이 지속돼 가스 수요가 억제되며, LNG 수입 가속화 및 성공적 비축분 확보와 함께 유럽 시장에서 가스 가격을 빠르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시장의 가스 가격2은 8월 말 이후 70% 이상 급락해, 현재 4~6월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또한 유럽 전체 비축분3이 저장시설 용량의 94%, 독일은 98%에 각각 달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산 가스 송출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약 86%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총 가스 수입량은 약 20% 감소하는 데 그쳤다. 노르웨이발 파이프라인을 통한 LNG와 가스 등 유럽이 다른 공급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일을 위시한 유럽 각국의 가스 소비 억제책도 큰 도움이 됐다. 따라서 올 겨울 극심한 한파만 없다면,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뿐 아니라 석유 의존도도 줄여 버리면 러시아는 입장이 상당히 불리해진다. 러시아는 유럽의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파트너라는 지렛대를 심심치 않게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협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수 년간 러시아의 유럽행 에너지 수출이 크게 감소한다면, 러시아의 수출 소득도 급감해 경제에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다.


1 Germany aims to phase out all Russian gas: finance minister - Nikkei Asia
2 EU Natural Gas - 2022 Data - 2010-2021 Historical - 2023 Forecast - Price - Quote (tradingeconomics.com)
3 Energy Crisis Tracker: Real-Time Statistics on Europe's Gas Supplies - DER SPIEGEL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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