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박상훈의 '중국 비즈니스'] 중국인은 뼛속까지 비즈니스맨… '만만디'라 생각하면 오산

News & Information - 06 - 2013.12.14

중국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언론에 기고한 내용이나 최근의 소식 및 정보를 모아 제공해 드립니다.

기사 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2013년 12월 14일자 조선일보 보도 (원문보기)


中 "우리가 느리다고?"
빠르기로 소문난 한국보다 더 빨리 성장한 게 중국이다

이익 없으면 안 움직여
내가 충분한 유인 못 줘 직원이 느리다 생각하면 중국서 사업하기 수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단어 중 하나가 '만만디(慢慢的)'다. '천천히'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만만디에 대한 인식은 대개 부정적이다. 중국인 특유의 느리고 게으른 속성이나 잘못된 민족성쯤으로 이해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중국인 동료들 반응은 의외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느리다고? 오히려 너무 조급해서 문제 아닌가?" "빠르기로 소문난 한국보다 더 빨리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가 중국 아닌가?" 그러면서 환경·분배 등 개발 과정에서 조급증이 불러온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자기반성도 흘러나왔다. 어째서 한국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반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사람들에게서 전해 듣는 얘기는 완전히 딴판이다. 대부분은 함께 근무하는 중국 직원들이 느릿느릿 일 처리를 하는 것 같아 불만이라는 비난이었다. 한국 본사 직원 한 명이 하루에 끝낼 일을 두세 명이 달라붙어 며칠을 끄는 일이 다반사이고, 그렇게 효율이 떨어지는데도 정시에 퇴근하는 모습이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너무 상반된 시각이 동시에 존재하는 터라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사실은 간명하다. 중국인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태도 차이가 분명하다. 즉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한국인보다 더 빠르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 다분히 원칙적이다. 후자를 주목하는 한국인 관점에서는 중국인들이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중국인들 스스로는 조급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나름의 진단을 중국 공무원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 기업 유치가 한창일 때 관련 공무원들 일 처리 속도는 놀라우리만큼 빨랐다. 동시에 여러 절차를 진행해 가며 규정에 정해진 기간을 훨씬 앞당겨 회사 설립을 완료했다.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일부 미비한 부분이 있어도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부서 공무원들은 그러지 않았다. 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 같은 사소한 하자가 발견돼도 승인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같은 시기 한 나라 공무원들의 업무 처리 태도가 이처럼 판이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간단하다. 외국 기업 유치를 담당한 공무원들은 투자 유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보너스를 받는다. 만약 정해진 기간보다 앞당겨 끝내면 인센티브 금액이 늘어나는 데다, 또 다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할 시간을 벌게 되는 부수 효과도 따른다. 반면 보상이 없는 다른 공무원들은 굳이 규정된 기간을 앞당기면서까지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다. 그보다는 혹 나중에 문제가 생겨 책임질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세세한 대목까지 잘 살펴보는 편이 이익이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 사업가에게 들은 얘기는 의미심장하다. 중국인 동업자와 함께 중국인 직원들을 이끌고 사업하면서 성공을 일군 그가 바라보는 중국인들은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이다. 이익을 좇아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중국인의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중국인을 대해 온 것이 자신의 성공 요인이라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그와 일하는 중국인 중 이른바 만만디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한 중국인들이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다 보니, 반응이 느린 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혹시라도 반응이 더디거나 없다면 그것은 충분한 유인을 주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대응했더니 의외로 문제 해결이 쉬웠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인을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는 사람들로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과거 외자 유치에 열을 올리던 시절에도 중국 당국은 핫머니 유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강력히 고수했으며, 그 결과 글로벌 금융 위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또한 당장 큰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주개발·자원 확보 등을 국가 중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밀고 나가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다.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관된 전략을 고수하며, 작은 일에 휘둘리지 않고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중국인의 또 다른 속성이다.

같이 일하는 중국인 동료나 파트너가 만만디라고 생각되면 먼저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상대방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는지를 찬찬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중국인의 전략적 관점을 이해하고 그들 처지에서 되짚어 보는 자세를 견지한다면 '느리고 게으른' 중국인 탓할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Did you find this usef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