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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산업정책...반도체산업과 기후기술 분야 기회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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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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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2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부활하는 산업정책…반도체산업과 기후기술 분야 기회 부상
  • 산업정책이란 무엇인가?
  • 산업정책, 단기 경제성장 동력되기는 힘들다
  • 인플레 둔화 효과 낮다… 반도체 가격은 하락할 듯
  • 기후 목표 달성과 반도체 산업 발전 전망…새로운 기회
  • 산업정책 부활로 규제 강화 도미노 효과 예상

1. 부활하는 산업정책...반도체산업과 기후기술 분야 기회 부상

세계 각국에서 부활하는 산업정책이 경제성장의 강력한 동력이 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를 토대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청정기술 산업에서 적지 않은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정책은 역사가 길다. 14세기에 영국이 모직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관세와 여타 정책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19세기 초에는 프랑스가 제조업과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올리기도 했고, 미국은 신생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1816년 관세법(Tariff Act)을 시행했다.1 일본은 1960년대 핵심 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과 보호무역 정책에 나섰으며, 한국은 1970년대 ‘국민투자기금법’을 제정하는 등 중화학공업 육성에 나섰다.2

산업정책은 1980년대가 시작되기 직전 정점에 이르렀다. 1980년대가 시작되자 민영화와 자유시장의 힘에 따른 자원 배분을 강조하는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가 지배적인 세계질서로 자리잡으면서, 정부 개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최근 공급망 붕괴와 지정학적 긴장을 겪은 글로벌 정책입안자들이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시 산업정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3, 유럽배터리연합(European Battery Alliance)4, 일본·호주·인도 공급망 복원 이니셔티브(Supply Chain Resilience Initiative)5가 대표적이다.

본고는 전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이 속속 도입되는 상황이 글로벌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자 한다. 우선 산업정책이 경제성장의 강력한 동력이 될 가능성은 적다. 산업정책에는 보호무역주의 조치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효율성과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가능성도 적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술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강력한 지렛대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와 청정기술 산업은 기술 수준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각국 정부가 기업들에 저마다 가장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 구도에 돌입한 만큼,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더 쏟아져 나올 것이다. 기업 리더들은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여건에 적응해야 한다.

산업정책이란 무엇인가?

산업정책은 특정 분야나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정부 개입을 뜻한다. 관세, 무역제한, 보조금 등 조치를 동원해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국내 산업을 수호하는 것이다. 세액공제나 자금 직접지원 등을 통해 투자를 장려하기도 하고, 정부조달을 통해 해당 분야 수요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산업정책은 분야를 막론하고 적용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주로 중공업, 첨단기술, 에너지, 농업, 그리고 군사용 활용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됐다. 

새로운 산업이 자리를 잡기 위해 필요한 정보공유와 조직화 문제는 민간 부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데, 산업정책이 이 임무를 맡을 때 가장 빛을 발한다. 제품 생산과 그에 따른 이익 창출이 아직 증명되지 않은 상태라면, 규제에 따른 정보공유가 이뤄져야 원가 발견(cost discovery)이 가능해진다. 이후 해당 제품의 수익성이 증명되기만 하면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해 원가 구조 확인을 위한 초기 투자를 하지 않고도 경쟁할 수 있다. 따라서 산업정책은 원가 발견에 필요한 비용을 기업들에 지원하거나 그러한 초기 투자를 한 기업들을 보호하는 두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조직화 문제는 전후방 산업에 부족한 것이 있어 특정 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때 해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철강 공장이 생기려면 에너지 인프라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민관이 끊임없이 정보를 상호 교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공 부문이 민간 기업들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정부가 민간 기업들 중 ‘승자’를 선택하는 방식이 돼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실패하는 벤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꼴이 돼, 혈세만 낭비하고 더욱 생산성 있는 기업들의 산업 진입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완전히 잘못된 산업정책의 대표적인 사례가 북아프리카 튀니지다. 튀지니 정부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은행·통신·운송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정책을 도입했다.6 하지만 당시 벤 알리(Ben Ali) 튀니지 대통령의 친족이 소유한 기업들이 이들 산업의 이권을 장악해, 튀니지 민간부문 생산량 중 겨우 1%, 고용의 3%만을 창출하면서 경제 전반에서 창출되는 이익 중에서는 무려 21%를 가져갔다. 

산업정책, 단기 경제성장 동력되기는 힘들다

산업정책은 대부분 경제성장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다. 선진국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도국은 일자리 증가세를 가속화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현재 전 세계에 퍼지는 산업정책의 새로운 물결은 공급망 확보, 온실가스 감축, 기술 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산업정책 찬성론자들은 경제성장도 강화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산업정책을 도입했을 때 항상 의도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는 미국 산업정책의 경제적 결과가 다각적이라고 분석했다. 무역 조치나 특정 기업에 대한 보조금 방식으로 시행된 산업정책은 일자리 감소를 어느 정도 막는 데는 효과가 있었으나,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 한 신규 일자리 증가를 주도하지는 못했다. 반면 민관 연구개발(R&D)에 초점을 맞춘 산업정책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훨씬 효과적이었다.

산업정책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한국과 대만의 과거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7 하지만 한국과 대만은 이러한 산업정책 없이도 강력한 경제성장을 이뤘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8 이들은 무역 장벽 제거가 경제성장의 기적을 뒷받침한 진정한 공신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1950년대부터 산업정책을 도입해 무역 장벽을 높여온 남미는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으로부터 국내 기업들을 보호한 결과 비효율성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9 이로 인해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됐고 초기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보다 최근에 도입된 산업정책들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효과를 발휘한 경우가 꽤 있다.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정보공유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산업정책이다. EU의 혁신기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에너지와 디지털화 등 다양한 부문 R&D에 자금을 지원하는 호라이즌유럽(Horizon Europe)과 차세대 반도체칩 R&D를 수행하는 미-일 최첨단 반도체 기술센터(Leading-edge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LSTC)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데 꽤 효과적이었다.

이 외 미국 IRA와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EU 반도체법(EU Chips Act), 유럽배터리연합 등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고용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정책이 국가 경제성장률을 대폭 끌어올릴 가능성은 적다. 예를 들어, 미국 IRA는 미화 3,690억 달러에 달하는 인센티브와 세액공제를 기업들에 제공한다.10 하지만 이 액수는 장장 10년에 걸쳐 지원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미국 연간 GDP 대비 0.2%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IRA 시행으로 세수가 늘고 정부적자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직접 개입이 경제를 다소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반도체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이러한 투자가 강력한 경제 파급 효과를 확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11 하지만 이러한 투자에 따른 간접 및 기타 고용 창출은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역 기준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세제혜택은 직접적 일자리 창출 외에 이렇다 할 경제적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기타 고용이 거의 창출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 반도체법의 경우 정부는 직간접 및 기타 고용을 합쳐 18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처럼 간접 및 기타 고용이 거의 창출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창출되는 일자리는 30만개도 채 되지 않을 수 있다.

미국과 EU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산업정책의 기저에는 보호무역주의가 깔려 있고,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생산시설이 가장 효율적인 위치로 이동하지 못하고 자국 내에서만 이동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이들 산업정책이 국가안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생산 비용을 늘리고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심화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

인플레 둔화 효과 낮다… 반도체 가격은 하락할 듯

미국 IRA는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다. 물론 의약품 가격을 낮추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자체를 끌어내리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약품을 모두 합쳐봤자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재생에너지 투자로 메가와트시당 에너지 가격이 하락해, 장기적으로 에너지 물가가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IRA의 일환으로 이뤄진 투자가 실제로 에너지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원들은 향후 10년간 IRA가 인플레이션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다.13 하지만 그러는 동안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오히려 에너지 가격 급등을 촉발할 수 있다. 일례로 천연가스 수요가 줄면 시추 투자가 감소해 공급이 수요보다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 전환을 달성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에너지 물가만 급등할 수 있다.

한편 반도체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반도체 가격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일본, 중국, EU, 대만, 한국 등 정부는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했다. 이처럼 각국 정부에서 인센티브가 쏟아져 나오는 만큼 반도체 과잉공급 소지가 다분하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초기 불거졌던 반도체 부족난이 지나가자, 반도체 회사들은 2022년 말까지 과잉생산된 물량을 해결하느라 진땀을 뺐다.14 지난 부족난 때 잠시 반등하기는 했으나 반도체 가격 하락은 수십년간 지속돼 온 장기 추세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으로 이러한 추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미국과 EU는 명시적으로 국내 생산 장려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은 오늘날 반도체 생산 중심지인 대만이나 한국, 중국보다 인건비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결국 반도체 생산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몇몇 기업 리더들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신설한 이후 높은 인건비 때문에 비용이 늘었다는 불만을 이미 늘어놓고 있다.15

기후 목표 달성과 반도체 산업 발전 전망… 새로운 기회

최근 이행됐거나 계획된 산업정책은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인플레이션 감축보다 기후 목표 달성, 공급망 확보, 기술 한계 극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산업정책으로 이들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기후변화 관련 산업정책은 미국 IRA다. IRA의 이행으로 탄소배출량이 최대 20%포인트, 평균 10~15%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16 이러한 추산이 현실화된다면, 미국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당근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채찍질을 하지 않으면 정부 자원이 필요 이상으로 낭비될 수 있다. 탄소감축 능력과는 상관없이 세액공제 요건을 갖춘 기업들이 계속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의 확산으로 가장 전망이 밝아진 것은 반도체 산업이다. 기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이 더욱 두둑해졌기 때문이다. 대만은 반도체 산업 보호 정책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일 LSTC의 R&D는 양산업체인 라피더스(Rapidus Corporation)의 지원을 받아 한층 진전을 보일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 정보교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정책은 경제적 효과가 가장 크다. 예를 들어, 미국은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인터넷과 글로벌 위치추적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다수 개발했다.17 DARPA는 1958년 구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창설됐는데, 오늘날 중국과 기술 패권을 두고 싸우는 미국 주도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과거 사례다. 라피더스의 지원을 받는 LSTC의 R&D도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의 운영 방식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술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과업이기에, 프로그램 관리자의 임기 제한과 사명감, 실패에 대한 관용 등 조직 문화를 수립해야 한다.18 

핵심 재료의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산업정책은 혼재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우선 긍정적 결과를 예상해보면, 미국 반도체법 덕분에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기업들에 유리해졌다. 이렇게 미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정치적 쇼크에 대한 공급망 취약성이 줄어든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첨단 반도체칩을 대만산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핵심 기술 확보와 관련한 불안감을 제거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 결과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반도체법의 자금 지원을 받는 반도체 회사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고,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칩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19 이러한 제약은 이미 중국에서 생산활동을 펼치고 있는 최첨단 반도체 회사들을 미국으로 유인하는 데 새로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은 공급망 복원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며 의료 제품과 반도체 공급망의 탈중국을 꾀하고 있으나, 이러한 계획이 성공적이었는지 또 앞으로 성공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일본 수입품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23.5%에서 2022년 21.0%로 줄은 것을 보면, 성공 잠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궁극적 목표는 공급망을 아예 아세안(ASEAN) 국가들로 이전하는 것인데, 이들 국가로부터 들여온 수입품 비중은 2019~2022년 기간 늘지 않았다. 또 일본의 GDP 대비 상품 수입 비율은 2021~2022년 급증해, 국내 생산량이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따라서 일본의 공급망 복원 이니셔티브가 전혀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결과로는 큰 효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배터리 생산능력 내재화 움직임은 공급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공급망 리스크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상당수 배터리 핵심 재료를 외국에서 공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일부 배터리 재료로 사용되는 망간의 경우, 미국은 경제적으로 발굴 가능한 보유고가 없는 나라다. 유럽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주요 망간 생산국은 우크라이나인데 러시아와 전쟁이 지속되면서 공급 리스크도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망간 생산은 압도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집중돼 있고, 그 다음 가봉과 호주가 많다. 우크라이나 생산량은 남아공의 10%도 되지 않는다.20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재료는 계속 바뀌고 있지만, 필요 광물의 공급 불안정은 배터리 공급망 회복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자체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수요가 받쳐주지 않는다. 반도체칩 생산량을 늘려도 역내 수요로 흡수되지 못하는 것이다. EU는 역내 반도체 설계회사가 거의 없고, 미국 설계회사들은 미국 생산시설이나 한국과 대만 등 더욱 값 싼 생산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업정책 부활로 규제 강화 도미노 효과 예상

산업정책이 부활하면서 연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는 도미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미국 의회에서 IRA가 통과한 직후 EU도 기후 관련 산업정책을 도입했다. 보조금을 무기로 휘두르는 미국에 투자를 뺏길까 우려했던 것이다. EU는 미국 반도체법에도 같은 반도체법으로 대응했다. 한국과 중국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 덕분에 탄소감축과 반도체 산업 기업들은 경쟁적 보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부 국가들은 보조금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싸우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WTO에 제소된 사건은 판결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제소국은 피소국의 보조금이 유발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관세로 대응할 수 있다.21 이렇게 되면 제소국과 산업정책을 도입한 국가들 사이 국제교역의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다. 이 가운데 제3의 국가들은 무역 장벽을 낮추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부품 사용요건(content requirement)을 최근 통과된 입법안 일부에 포함시켜, 투입 부품을 국내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무역 파트너국에서 조달하도록 의무화했다.22 EU와 영국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았는데, FTA를 체결하면 이들 국가의 기업들도 미국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보조금이 전 세계적 정책으로 확산되면 외환시장 개입 또한 늘어날 것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은 미국처럼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기업들이 보조금으로 무장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환율 조작이 필요해질 수 있다. 실제로 몇몇 국가들은 그동안 환율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대외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대표적으로 대만 반도체 산업이 대만 달러화 가치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유지된 덕분에 수출 경쟁력을 얻었다. 대만 달러화는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낙폭을 아직까지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여러가지 단점이 있지만 어쨌거나 산업정책은 분명히 부활하고 있으며, 지난 40년간 정부 개입 축소를 중심으로 해 온 세계질서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끝을 보고 있다. 산업정책이 늘어나는 여건에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대응에 나서야 한다.

  1. 최근 도입된 산업정책들은 기업들의 기후 목표 달성을 장려하기 위해 광범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므로, 기업들은 기후 및 탄소감축 계획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기후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거나 탄소감축에 배치했던 자원을 다른 곳에 배치할 수 있다.
  2. 한 국가에서 산업정책이 도입되면 다른 국가들도 경쟁적으로 산업정책을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 정부기관들은 기업들과 협업에 더욱 열린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정책의 목적이 공급망 확보, 탄소감축, 첨단기술 역량 개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각국 정부 당국자들과 적극적인 논의에 참여해 정부의 우선순위 추진과 함께 기업의 니즈도 충족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3. 산업정책이 확산되면 투자와 경제 우선순위도 패러다임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스킬에 대한 수요 증가를 수반한다. 이미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원하는 스킬을 갖춘 인력을 유치 및 유지하는 데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필요한 스킬의 종류가 변화하는 만큼, 기업들은 인적자원 정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산업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산업일지라도 수요가 높은 스킬을 갖춘 인력을 투자가 증가하는 산업에 빼앗길 수 있다.
  4. 산업정책이 확산되면 공급망 변화가 가속화된다. 일부 정책의 경우 부품 및 원자재 조달 지역, 수출, 생산능력 확장 등에 제약을 가하기 때문에, ‘프렌드쇼어링’(friend shoring)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공급망 구조 재편을 계획할 때, 사업 규제 완화, 에너지 비용, 평균 임금, 물류 등 산업정책에 따른 혜택과 제약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1 Mehdi Shafaeddin, How did developed countries industrialize? The history of trade and industrial policy: The cases of Great Britain and the USA,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December 1998.
2 Andrei Levchenko and Jaedo Choi, “When industrial policy worked: The case of South Korea,” 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CEPR), November 9, 2021.
3 Congress.gov, H.R.5376 -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August 16, 2022.
4 European Battery Alliance, “Building a European battery industry,” accessed May 24, 2023.
5 Japan External Trade Organization, “Manufacturing government initiatives,” accessed May 24, 2023.
6 Bob Rijkers, Caroline Freund, and Antonio Nucifora, “All in the family: State capture in Tunisia,” Journal of Development Economics 124 (2017): pp. 41–59.
7 Dani Rodrik, “Getting interventions right: How South Korea and Taiwan grew rich,” Economic Policy 10, no. 20 (1995): pp. 53–107.
8 Arvind Panagariya, Debunking protectionist myths: Free trade, the developing world, and prosperity, Cato Institute, July 18, 2019.
9 Werner Baer, “Import substitution and industrialization in Latin America: Experiences and interpretations,” Latin American Research Review 7, no. 1, pp. 95–122. 
10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Treasury announces guidance on Inflation Reduction Act’s strong labor protections,” press release, November 29, 2022.
11 Semiconductor Industry Association, Chipping in: The positive impact of the semiconductor industry on the American workforce and how federal industry incentives will increase domestic jobs, May 2021.
12 Cailin Slattery and Owen Zidar, “Evaluating state and local business incentives,”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34, no. 2 (2020): pp. 90–118.
13 Alex Arnon and Kent Smetters, “Inflation Reduction Act: Comparing CBO and PWBM estimates,” University of Pennsylvania, August 5, 2022.
14 Asa Fitch, “For chip makers, the flip from shortage to glut intensifies,” Wall Street Journal, November 4, 2022.
15 John Liu and Paul Mozur, “Inside Taiwanese chip giant, a U.S. expansion stokes tensions,” New York Times, February 22, 2023. 
16 Melissa Barbanell, “A brief summary of the climate and energy provisions of the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World Resources Institute, October 28, 2022.
17 Gary C. Hufbauer and Euijin Jung, Scoring 50 Years of US industrial policy, 1970–2020,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November 2021.
18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Overview and issues for Congress, August 19, 2021. 
19 Nikkei Asia, “U.S. CHIPS Act fund bars chipmakers from China expansion for 10 years,” February 28, 2023.
20 Melissa Pistilli, “Top 10 manganese-producing countries,” Investing News, April 25, 2023.
21 James Bacchus and Simon Lester, “Trade justice delayed is trade justice denied: How to make WTO dispute settlement faster and more effective,” Cato Institute, November 20, 2019.
22 White House, Building a clean energy economy: A guidebook to the Inflation Reduction Act’s investments in clean energy and climate action, January 2023.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마이클 울프(Michael Wolf)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메릴랜드 주립대 경제학 학사, 컬럼비아대 경제정책 석사, 바루크칼리지 통계학 석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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