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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외연 확대 꾀하는 중국, G7 대항마 만들 수 있을까

글로벌 No. 1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세계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8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브릭스 외연 확대 꾀하는 중국, G7 대항마 만들 수 있을까
2. EU 탄소국경제도 시행 코앞…경제 여파와 각국 대응은? 

1. ‘브릭스’ 외연 확대 꾀하는 중국, G7 대항마 될까?

중국이 이른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로 불리는 대형 신흥경제국 협의체를 선진국 정치포럼인 ‘주요7개국’(G7)의 대항마로 키우기 위해 나섰다. 

우선 G7의 정의부터 살펴보면, 미국·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 세계 최대 7개국 민주주의 경제 국가를 뜻한다. G7은 경제적 격랑기였던(인류 역사상 격랑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지만) 1970년대에 거시경제 정책을 조율을 목표로 결성됐다. 하지만 결성 이후 매년 개최하는 G7 정상회의는 종종 경제 사안보다는 외교 정책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 주요 선진국 협의체는 그 막대한 경제적 규모와 군사력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다.

브릭스라는 용어는 2001년 당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짐 오닐(Jim O’Neill)의 보고서 ‘더 나은 글로벌 경제의 벽돌(브릭스) 구축’(Building Better Global Economic BRICs)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그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주요 4개 신흥 경제가 향후 수십년간 G7 국가들보다 더 빠르게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중요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후 이러한 4개국을 뜻하는 브릭(BRIC)이라는 용어가 급격히 확산됐고, 실제로 4개국 정상들이 연례 회의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세해 브릭은 브릭스(BRICS)가 됐다. 다만 오닐의 보고서가 발표된 후 중국과 인도 경제는 실제로 급성장했으나,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는 그렇지 못했다.

이제 중국이 브릭스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키려 한다. 8월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막을 올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브릭스의 외연 확장 가속화를 촉구했으며,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회원국 확대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정상회의 의장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관계협력부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 22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공식 요청했다. 또한 지난 2015년 브릭스가 설립한 개발은행이 곧 현지 통화 대출을 시행할 예정이다. 미국 달러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단일통화 체제의 세계경제를 다자 체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중국은 G7 대체재를 만들어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그것을 만든다 해도 G7 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우선 데이터를 살펴보자. 국제통화기금(IMF) 추산에 따르면, 2023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105조6,000억 달러에 달하고, G7의 GDP는 46조 달러 정도로 그 중에서 미국이 5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브릭스 국가들의 올해 GDP 규모는 27조7,0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이 중 중국이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 마디로 세계 경제에서 브릭스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G7에 비길 바는 못 되고 최대 경제국의 비중도 훨씬 크다. 다만 다른 신흥국들이 브릭스에 동참하면 경제 규모가 그만큼 커진다.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가 합세하면 브릭스의 GDP는 30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 관계자들은 브릭스 공용 통화 창설은 안건에 올라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 보다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 대신 현지 통화로 거래되는 브릭스 내 무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과 여타 브릭스 국가들 간 무역 규모가 중국과 G7 국가들 간 무역 규모보다 더 빠르게 증대되고 있다. 서방국들의 대중 무역 제한 조치가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고, 정치 리스크 보험용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가 중국을 탈출한 것도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중국은 어차피 무역 파트너가 바뀐다면 더 우호적 국가들과 무역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입장이다. 결국 브릭스 내 무역을 더 자유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궁극적 목적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든다는 야망을 실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브릭스 연합 내에서의 중심 역할을 두고 중국과 인도가 반목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인도는 지정학적 분쟁에서 편들기를 하지 않고 경제 이익에 따라 더욱 유리한 무역관계를 추구하는 자율적인 접근법을 선호한다. 인도가 우려하는 바는 브릭스 연합을 서방 연합의 정치·경제 파워를 견제하는 중심 세력으로 만들려는 중국의 야심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 굴기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인도·일본·호주 4자간 비공식 안보회의체인 쿼드(Quad) 일원인 인도로서는 중국의 이러한 야심 때문에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 인도는 쿼드와 브릭스 외에도 주요 서방국들이 러시아산 석유를 보이콧할 때 싼 값에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는 등 실리적 방식으로 다자 관계를 맺고 있다. 즉 인도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운 기회주의적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브릭스가 G7처럼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아마도 중국 외 브라질·러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3개국의 상대적으로 약한 경제 파워일 것이다. 23년 전 짐 오닐의 예상과 달리 이들 3개국 경제는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단기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따라서 새로운 회원국을 영입해야만 브릭스의 세력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 등 경제력이 있는 국가들이 가세하면 브릭스의 위상이 꽤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이란 등은 브릭스에 더 큰 골칫거리만 될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중국의 고민은 서방국 연합을 제외하면 브릭스의 세력을 한숨에 키워줄 강력한 경제국을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2.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 코앞...경제 여파와 각국 대응

*딜로이트 영국의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톰 시먼스(Tom Simmons) 선임 이코노미스트가 유럽의 탄소가격제가 ‘탄소중립’(net zero) 달성 여정에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움직임에 본격 시동이 걸리고 탄소와 기후 관련 새로운 규제와 보조금, 세금 등이 시행되면서, 각국 정부의 경제 개입이 확대됐다. 

현재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보조금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일환으로 3,690억 달러의 기후대응 보조금을 발표하자, 유럽연합(EU)이 이에 질세라 그린딜(Green Deal)의 일환으로 2,700억 달러의 기후대응 보조금을 발표했다. EU는 또한 청정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정부 지원 요건을 완화할 계획이다. 영국 노동당은 ‘청정 번영 계획’(Green Prosperity Plan)이라는 영국판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를 제시했다. 에너지 인프라와 재생에너지 개발 및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 보조금의 비용은 정부 차입이나 일반 세금의 형태로 충당되므로, 대중은 이러한 보조금이 혈세로 충당된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정용 전기요금을 건드리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나 지난해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대표적인 예다.

가장 일반적인 기후 관련 탄소세는 가계가 아니라 기업에 부과된다. 하지만 이 또한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일반 대중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탄소가격제에 따르면 기업들은 배출량만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EU가 이 제도를 앞장서서 시행했고 몇몇 국가들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들이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았고, 도입했다 하더라도 각종 면세 항목으로 기업들을 보호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30%만이 탄소가격제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구 온도 상승폭을 그나마 2℃로 제한하려면(참고로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제한 수준은 1.5℃이다), 전 세계 탄소 가격이 이산화탄소(CO2) 톤당 현행 6달러에서 2030년에는 75달러까지 올라야 하고, 모든 산업 부문과 국가로 제도가 확산돼야 한다고 추산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일괄적으로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는 한, 탄소세를 도입한 국가들의 무역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 국산 재화와 서비스가 탄소세 미적용 수입품에 밀리게 되면, 생산업체들은 탄소세가 도입되지 않은 곳으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이 유리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세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 탄소세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로 대거 이동해 탈탄소화 노력은 좌초될 위험이 있다.

EU는 이렇게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이른바 ‘탄소누출’(carbon leakage)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법안 시행을 확정했다. 이에 따르면, EU 국가에 수출하는 업체는 올해 10월부터 제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보고해야 하고, 배출량이 EU 기준을 넘으면 CBAM이 인증하는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세부내용은 다소 복잡하지만, 이는 인류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며, 전 세계 정책입안자들이 이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CBAM이 시행되면, 우선 탄소누출 가능성이 높은 시멘트·철강·알루미늄·비료·전력·수소 등 탄소집약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후 점차 대상이 확대돼, 2026년 10월부터는 모든 산업의 약 절반 정도가 CBAM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CBAM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타당한 방법이지만, 유럽 기업들은 이로 인해 새로운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마주할 수 있다. CBAM은 국산과 수입산 간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지만, 배출량이 많고 현재 EU 탄소가격제의 면제 대상인 일부 EU 기업들은 제도 시행 직후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들 EU 기업들은 탄소가격제가 적용되지 않는 수입품과의 경쟁에서 국산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그간 면제 대상이 되어 왔지만, CBAM이 시행되면 수입품에도 똑같이 탄소세가 부과되므로 더이상 면제받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생산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EU 역내에서는 국산과 수입품 모두 CBAM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로 인한 가격 경쟁력 차이가 발생하지 않지만, 역외로 수출해야 하는 EU 기업들은 직간접적으로 제도의 영향을 받아 경쟁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또한 2차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CBAM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과 수입업체들이 이로 인해 증가한 비용을 전가하면, 자동차, 가전제품, 건설 등 부문의 투입비용도 증가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탄소가격제가 그러했듯 CBAM도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수년간 에너지 전환에 따른 비용이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흡수되면서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자주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EU는 CBAM을 환경 정책으로 간주하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를 보호무역주의로 받아들여 보복성 관세와 무역제한 조치로 대응할 수 있다. 현재 EU와 미국 간 철강 및 알루미늄 무역 분쟁이 글로벌 탄소가격제 도입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EU의 CBAM이 ‘밴드왜건(편승)’ 효과를 일으켜, 다른 국가들도 국내 탄소가격제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희망이 있다. 국내에서 탄소가격제를 도입한 국가들은 EU에 수출할 때 CBAM에 따른 탄소국경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캐나다와 호주가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 중이며, 영국 정부는 최근 전문가들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탄소중립 달성은 여러 요인들이 매우 복잡하게 작용하는 거대한 과업이다. 각국 경제 시스템과 정부 정책을 통틀어 수많은 혁신과 실험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첫 단계로 탄소가격제와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전 세계가 탄소 가격을 측정하고 청구하는 공통의 기준을 갖게 된다. EU의 CBAM이 전 세계적 탄소가격제의 도입을 촉발할 수만 있다면, 인류는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성큼 다가갈 수 있다.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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