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의 중요성 톺아보기

글로벌 No. 1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세계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4년 9월 2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의 중요성에 대해 다룹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의 중요성 톺아보기

지난 8월 하순 개최한 2024년 잭슨홀 경제 정책 심포지엄의 테마는 “통화 정책의 효과와 전달에 대한 재평가” (Reassessing the Effectiveness and Transmission of Monetary Policy) 였는데, 이는 매우 시의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1]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약 2년 간에 걸친 ‘인플레이션 파이팅’에서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고 선언했다.[2] 그것도 경제적 고통을 거의 야기하지 않은 채 매우 손쉽게 거둔 승리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특별히 공로를 인정받아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는 과감했다고 자평하는 긴축 통화정책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우리의 제약적인 통화정책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고 건전한 속도로 성장이 이어지도록 했다”며, “대규모 해고 없이 고용시장을 물가 상승의 원천이 아닌 상태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3]

그는 특히 “노동시장 강세를 유지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것은 잘 안착된 기대 인플레이션, 즉 중앙은행이 2% 물가상승률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대중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면서, “FOMC의 대응으로 이러한 기대가 강화됐다”고 주장했다.[4]

과거 사례로 볼 때 미국 경제의 인플레이션 사태는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고서는 꺾을 수 없는 벅찬 상대였다. 하지만 2024년 2분기 미국 경제는 2년 전 우려했던 것보다 강력하고 실업률은 4% 초반에 머물러 있어, 도대체 연준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이런 성과가 나왔는지 궁금증이 일고 있다.[5]

‘연착륙’에 성공한 미국 경제, 흔치 않은 사례

미국을 위시한 세계 경제는 이제 험난한 팬데믹 시기의 경기 침체라는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고 인플레이션이라는 난기류를 벗어나 ‘연착륙’(soft-landing)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6]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좁디좁은 길을 뚫어낸 것이다.

2019년 말 이후 미국 경제는 실질 기준으로 약 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유로존이 3%, 일본이 1% 성장했고 영국은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미국은 팬데믹 이전의 성장 추세로 돌아간 유일한 경제 대국이다. 그리고 미국 증시는 신기록을 거듭 경신했으며, 기업 수익이 큰 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자 경제전문가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7]

연준 전 부의장 앨런 블라인더(Alan Blinder)에 따르면, 1965년 이후 미국 경제에 금리인상 주기는 11회 발생했지만, 그 중에서 경제가 완벽한 연착륙에 성공한 사례는 1994~1995년 시기뿐이었다. 당시 연준을 이끌었던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전 의장은 ‘마에스트로’란 칭호를 얻기도 했다.

다만, 금리인상 이후에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 이상 하락하지 않거나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도 네 차례가 있었다. 블라인더 전 의장은 이를 ‘소프티시 랜딩’(softish landing) 사례로 부른다.[8]

1980년대 이후 가장 강력했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연준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를 넘었던 2021년 여름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을 공급 측면의 교란으로 인한 일시적인 문제로 보면서 관망하자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2022년 4월에 9.1%까지 물가가 치솟자, 연준은 입장을 바꾸어 이 때부터 2023년 중반까지 연방기금금리를 5%포인트 이상 급격히 인상했다.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정책이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의 논쟁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가 아니면 지속적인가’라는 쟁점에서 ‘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한가 아니면 경착륙이 불가피한가’라는 쟁점으로 이동했다. 물가 압력이 빠르게 하락했지만, 실업률이 상승하지 않는 특이한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3년 9월 루스벨트 연구소는 그 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한 이유를 123개 상품 및 서비스 품목의 가격과 산출량 증가율로 분석한 결과, 73%가 공급 증가 덕분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급망 혼란 혹은 이러한 혼란과 수요의 상호작용으로 인플레이션 변동을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최근 연구 결과와 유사한 것이다.[9]

파월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까? 잭슨홀 연설에서 그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을 상회하는 수준까지 급상승하지 않고서도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이유에 대해, “팬데믹에 따른 수요와 공급 왜곡뿐만 아니라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에 가해진 극심한 충격들이 고인플레이션의 주요 동인이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해소되자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10]

그는 “이러한 요인들이 해소되는 데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렸지만 종국에는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어 “연준의 제약적인 통화정책은 총수요 완화에 기여했으며, 이는 총공급 개선과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동안에도 경제가 계속해서 건실한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11]

침체 없는 디스인플레이션의 필요조건,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착’

이 대목에서 파월 의장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고 의미심장한 설명을 곁들인다. 아래에서 그의 설명을 소개한다.

먼저 기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목표에 안착되어 있는 한 경제적 유휴(slack) 없이도, 즉 경기 둔화나 침체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견해를 표준 경제 모델이 오랜 기간 반영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정성이 경험적으로 검증된 적이 없었고 따라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계속 안착될 것이라고 전혀 확신할 수도 없었다.[12]

이러한 기대 인플레이션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 때문에 디스인플레이션은 경제, 특히 노동시장 내 유휴(해고 증가와 실업률 상승)를 반드시 수반한다는 견해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사태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잘 안착된 기대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의 강력한 조치들로 보강하면, 경제적 유휴를 발생시키지 않고서도 디스인플레이션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13]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은 대부분 과열되고 일시적으로 왜곡된 수요와 제약된 공급 간의 이례적인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후 팬데믹 관련 왜곡의 해소, 총수요 완화를 위한 연준의 노력,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 등이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이 2% 안정 목표를 향한 지속 가능한 경로에 놓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파월 의장의 설명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이며 왜 그리 중요한가? 

기대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 즉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이 미래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속도를 말한다. 이러한 예상이 실제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경제 주체들이 내년에 물가가 3% 오를 것이라고 본다면, 기업은 적어도 제품 및 서비스 가격을 적어도 3% 이상 올리고 싶어할 것이고, 노동자와 노조는 임금을 이 정도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자산에서 이탈할 것이다.[14]

기대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서 중요한 이유는 바로 통화 정책 결정과 커뮤니케이션이 기대 인플레이션과 또 이를 통한 거시경제적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15] 

기대 인플레이션이 안착되는 것을 ‘앵커링’(anchoring)이라고 하는데, 이는 배가 닻을 내리면 그 범위에서 크게 이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유사하다. 심리학과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의사 결정 과정에서 처음 제시된 정보가 기준점 역할을 하여 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일컬어 ‘닻 내림 인지 편향 효과’(anchoring bias effect)라고 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전 연준 의장은 이러한 ‘안착’이란 용어를 새롭게 유입되는 정보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장기적인 기대치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서도 장기적인 기대치를 거의 변경하지 않으면 잘 안착되어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단기간 지속될 때 장기적인 기대치를 상당히 높이는 식으로 반응하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것(de-anchored)이다.

문제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매우 중요한 변수이지만 도대체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심지어 ‘마에스트로’라고 불린 그린스펀 전 의장조차 “기대 인플레이션은 매우 중요한 변수인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버냉키와 옐런 전 의장도 "이것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떻게 측정하는지 잘 모르겠다"거나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16]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 알려진 경험적 사실은 경제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해 보이는 소비자와 기업의 기대치가 전문가들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들이 실제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정책적 노력은 소비자와 기업의 기대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17]

기대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바로 주관적인 경험, 과거나 최근의 인플레이션 경험이다. 과거에 충격적인 인플레이션 사태를 경험했거나, 가장 최근 직접 자주 구매하는 식료품이나 다른 품목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을 느끼는 쇼핑과 같은 경험이 중요하다. 물가 하락보다는 상승이 주는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다.

경제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연준의 이사로 재직했던 헨리 왈리히(Henry Wallich)는 정책 회의 때 무려 27차례나 반대의사를 표시했는데, 알고 보니 그는 독일에서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인물이었다.[18]

주관적 경험 외에 미디어를 통한 노출, 특히 부정적인 뉴스에 노출을 받는 경우도 기대 인플레이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외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나 이에 대한 의사소통은 경제 주체들에게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책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나 이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통화정책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의 중요성이나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통화정책의 영향이나 모두 1980년대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사태의 경험과 교훈에서 얻은 것들이다.[19]

폴 볼커(Paul Volker) 전 연준 의장이 취임하던 시점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역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때이지만, 정작 이를 제대로 측정할 척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장기 국채 수익률을 이용해 불완전한 대리지표로 사용했다. 국채 수익률에서 위험 프리미엄을 제거한 수치가 바로 그것이다.

1960년대 초반 4% 수준이었던 이 장기 수익률 지표가 1970년대 후반에 거의 20%까지 치솟자, 정책 당국자들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탈안착했다(de-anchored)는 명백한 조짐으로 해석했다. 이는 곧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달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나아가 이는 정책의 효과와 수행 능력을 손상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이 때문에 강력한 긴축 정책을 통해 다시 기대를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가 아는 ‘볼커 충격’ 요법은 이렇게 탄생한다. 이 사례에서 특징적인 것은 실제 인플레이션이 장기 채권 수익률로 계산한 대리지표보다 훨씬 더 빠르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볼커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성공 사례는 또한 통화 정책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플레이션율은 이미 1980년대 초반에 상당히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정책 금리는 훨씬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었다. 연준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낮아질 때까지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데 주저했다. 이렇게 강하고 지속적인 통화 정책 조치를 통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20]

한국은행은 소비자 동향 조사에 기반한 단기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을 공식적인 지표로 사용하며, 장기인 5년 기대 인플레이션 문항의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 전문가 설문조사에 기반한 설문 조사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21] 2024년 8월 현재 한국 소비자의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9%로 7월과 동일했다.[22] 

이에 비해 미국 연준은 가계와 기업, 전문 예측가 및 금융시장 참가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설문조사측정치가 21가지에 달한다. 가장 잘 알려진 미시건대 소비자 조사 결과와 뉴욕연방준비은행(NY Fed)의 소비자 기대 조사 결과(2013년부터 매달 현장 조사), 컨퍼런스보드 서베이, 블루칩 컨센서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실시하는 전문 예측가 서베이(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 SPF) 등이 있다. 연준은 이러한 다양한 지표들을 통합하여 공통 기대 인플레이션(Common Inflation Expectations, CIE) 지수 추정치를 산출하고 있다.[23]

연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은 2.8%, 전문가 기대치는 2.1%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미시간대 서베이를 통한 1년 소비자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 2023년 11월 4.5%을 정점으로 올해 3월에 3% 아래로 떨어졌다가 5월에는 3.3%로 반등한 뒤 다시 7월에 2.9%, 8월에는 2.8%로 내려왔다.[24] 최신 SPF 서베이(2024년 3분기, 8월)에 따르면, 근원 CPI와 코어 PCE 물가지수 기준으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각각 2.3% 및 2.1% 수준으로 직전 분기 조사 때(각각 2.8% 및 2.4%)보다 하락했다.[25]

연준은 지난 2012년 1월 FOMC에서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제출한 뒤 기대 인플레이션의 안착을 유도해왔다. 이후 5년 전망으로 본 기대 인플레이션은 안착된 것으로 나타났고, 팬데믹과 뒤이은 인플레이션 사태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명시적 인플레이션 목표의 도입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26]

한편, 금융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통 시장 참가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두 가지 지표가 대표적이다. 먼저 일반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간 차이인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율’(Breakeven Inflation Rate)이 있는데, 9월 현재 1.9% 수준이다. 두 번째 측정 방법은 금리스왑시장을 통해 산출하는데, 5년 및 5년 선도금리 스왑에서 계산한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2.1%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채권 만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플레이션이 있는지 예상하거나, 인플레이션율을 지불하는 대가로 특정 기간 동안 고정 이자율을 지불하는데 동의하게 되는 계약의 기초에서 산출하는 이들 지표는 투자자 판단에 따라 실시간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금융시장의 인플레이션 예측은 생각보다 과도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따라잡기가 쉽지 않지만, 수많은 투자자의 집단적 지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실제로 돈을 걸고 있기 때문에 보다 현명하게 내기를 걸어야 할 강력한 동기를 가진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감소하고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더욱 잘 예측할 수 있게 되면 물가연동국채 수익률이 더 크게 하락하는 것을 용인한다거나, 거래가 쉽지 않은 스왑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위험 프리미엄과 유동성 프리미엄 등을 부과하여 실제 기대 인플레이션의 변화를 가릴 수도 있다.

중앙은행의 책략, 성공 담보할 수 있나?

과거에 중앙은행은 어중간한 표현으로 시장은 혼란스럽게 하고,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을 통한 ‘충격 요법’을 사용하곤 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중앙은행장이 된 다음에 앞뒤가 안 맞게 중얼거리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했다. 심지어 그는 “내가 한 말이 당신한테 명확하게 이해되면 당신이 날 오해한 것"(I know you think understand what you thoutht I said but I’m not sure you realize that what you heard is not what I meant) 이라고 말했다. 애매모호한 용어 사용법은 아직도 중앙은행 발표문에 자주 발견된다.

하지만 2012년부터 명시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를 공개한 연준은 이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의 일종인 ‘선제적 지침’(forward guidance)을 활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아주 쉬운 영어로 매 회의 때마다 끝나고 기자회견 할 거고, 우리가 왜 이런 결정을 했는지를 하나하나 쉽게 설명해주겠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당분간, 향후,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등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나아가 구체적으로 실업률이 얼마, 인플레이션율이 얼마가 될 때까지는 어떤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조건부 숫자를 제시하기도 한다. 또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다거나,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는 식의 정성적인 판단도 제공한다.

연준이 FOMC 회의 때 제시하는 SEP(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자료에는 연준 정책위원들이 예상하는 물가, GDP 성장률, 실업률, 인플레이션율, 적정 금리가 점도표(plot chart) 형태로 제시된다. 심지어 개별 위원들이 세부적인 전망치를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인 선제적 지침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중앙은행의 노력에 대해 소비자나 기업은 생각보다 무관심한 반면,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과도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과거에 경험하거나 믿었던 것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정보를 줘도 이를 잘 반영하지 않고 심지어 다른 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21세기 중앙은행의 책략이 모두 ‘대인플레이션’ 사태의 경험과 교훈에서 얻은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보자. 기대 인플레이션 ‘앵커링’을 강조하는 현대 통화정책 기조는 1970년대 대인플레이션에 대처한 결과물이다.[27]

물론 과거와 같은 오일 쇼크와 임금-물가 악순환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극단적인 경험이 되풀이될 것 같지 않고 이러한 경험으로 인해 정책적인 대응 공식이 잘 마련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보다 크고 새로운 충격이 반복될 가능성은 높다. 이는 지금보다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나 더욱 과감한 완화 정책을 요구할 수 있으며, 현재 확립된 유연한 물가안정 목표제나 선제적 지침 정책의 변화를 수반할 수 있다.[28]

한편, 올해 잭슨홀에서 파월 의장의 ‘승리 선언’에 대해 “통화정책의 역할에 대해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29] 

영국은행(BOE) 통화정책위원을 역임했던 아담 포센(Adam Posen)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소장은 미국 경제가 지난 2년 동안 경제 성장과 동시에 디스인플레이션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한 강력한 가설들은 높은 이민자, 생산성 급증 그리고 잘 안착된 기대 인플레이션 등이 있겠지만, 금리인상으로 인한 눈에 띄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그는 현재 미국 통화 정책 기조가 정책 결정자들이나 시장 참가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완화적이라고 본다. 주식 가치가 치솟고 채권시장 위험 프리미엄이 낮은 상황에 신용 여건이 쉽고 대차대조표가 손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긴축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팬데믹 이후 중립금리(r*)가 상당히 크게 상승했다고 보면 통화정책의 기조는 갈수록 완화적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적자와 지출 확대, 중국 자본 유입 억제와 저축 풀의 감소, 생산성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r*는 약 1.5%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마틴 울프(Martin Wolf)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파월 의장에게 “노동 공급 면에서 운이 좋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인플레이션율에만 주목하기 보다는 전반적인 물가 수준의 상승이라는 충격이 쉽게 잊혀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라”고 주문했다.[30]

2020년 말부터 2023년까지 헤드라인 CPI는 미국과 유로존에서 약 18%, 영국에서는 21%나 상승했다. 이는 많은 소비자들이 ‘생계비 위기’를 인식하게 된 영구적인 물가 수준의 급등 사태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안정되고 물가 수준이 하락하면서 이러한 충격이 과거의 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경제 주체의 기억에는 오래 남을 것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계속 안정화될지는 아직 의문이며, 인상된 금리가 얼마만큼 역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31] 

증가하는 부채와 고령화, 낮은 저축률, 재정 부담, 기후 위기 등이 결합되면서 공공 및 민간 부채 조달 비용이 갈수록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코로나 팬데믹과 금융 위기를 극복한 현재 연준의 정책 프레임이 앞으로 올 더욱 큰 충격의 시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대인플레이션 사태와 최근 인플레이션 경험 사이의 차이는 작지 않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경험은 다르지 않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지루할 것이라고 내기를 걸지 마라.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32]


1 Jackson Hole Economic Policy Symposium: Reassessing the Effectiveness and Transmission of Monetary Policy
2 Chair Jerome H. Powell, “Review and Outlook,” Aug. 23, 2024
3 한국경제, “'스타 Fed 의장' 꿈꾸는 파월…그린스펀 뒤 이을까”, 2024년 8월 25일
4 Ibid.
5 The Economist, “Why inflation fell without a recession,” Aug. 28, 2024
6 딜로이트 인사이트, “세계경제 ‘연착륙’과 저성장, 그리고 적정금리”, Deloitte Global Economic Review 8월 3주차, 2024년 8월 26일
7 The Economist, “America’s economy has escaped a hard landing,” Mar. 14, 2024
8 이강국, “인플레 하락하는데 고용은 잘나가네?”, 시사IN, 2024년 3월 9일
9 Ibid.
10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현지정보] Powell 의장의 Jackson Hole 경제 심포지엄 개회사 및 시장 반응”, 2024년 8월 23일
11 Ibid.
12 Ibid.
13 Ibid.
14 James Lee, Tyler Powell, and David Wessel, “What are inflation expectations? Why do they matter?”, Brookings, Nov. 30, 2020
15 Ben S. Bernanke, “Inflation Expectations and Monetary Policy,” May 19, 2022
16 한국은행, “기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 2022년 11월 11일
17 Ibid.
18 Ulrike Malmendier, Stefan Nagel, Zhen Yan, “The making of hawks and doves,” Journal of Monetary Economics, Vol. 117, Jan. 2021
19 Tobias Adrian, “The Role of Inflation Expectations in Monetary Policy,” May 15, 2023
20 Ibid.
21 한국경제, “[다산칼럼] '기대인플레이션' 정확한 측정이 중요하다”, 2022월 10월 25일
22 한국은행, “2024년 8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2024년 8월 20일
23 Federal Reserve, FEDS Notes: Index of Common Inflation Expectations, Sep. 02, 2020
24 University of Michigan, “Surveys of Consumers (Agust 2024)-Epected Change in Prices”, Aug. 09, 2024 
25 Philadelphia FRB, “Third Quarter 2024 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 Aug. 09, 2024
26 Kristoph Naggert, Robert W. Rich, Joseph Tracy, “The Anchoring of US Inflation Expectations Since 2012,” Jul. 11, 2023
27 Andrew Bailey, “Reflecting on recent times,” Aug. 23, 2024
28 M. Ayhan Kose, Franziska Ohnsorge, Jongrim Ha, “Today’s inflation and the Great Inflation of the 1970s: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Mar. 30, 2022
29 Adam Posen, “Misreading the Impact of Monetary Policy,” Aug. 23, 2024
30 Martin Wolf, “Lessons from the great inflation,” Sep. 3, 2024
31 Ibid.
32 Financial Times, “Don’t bet on inflation staying boring,” Sep. 9, 2024

저자: 김사헌 Director 

성장전략부문 딜로이트 인사이트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Contacts

이메일로 주간경제리뷰를 받아보시려면 아래 주소로 이메일 주소를 기재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mail: krinsightsend@DELOITTE.com

귀하께 도움이 되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