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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빅컷’ 이후 경로와 금융시장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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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연준 ‘빅컷’ 이후 경로와 금융시장 전망에 대해 다룹니다.

연준 ‘빅컷’ 이후 경로와 금융시장 전망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범위를 4.75~5.00%로 5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1] 이는 지난 2022년 3월 개시한 통화 긴축 사이클의 마침표이자, 4년 전인 2020년 3월 긴급회의에서 사실상 제로금리(0.00~0.25%)를 설정한 이래 4년 만에 첫 금리인하이다. 

이번 결정은 앞서 전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대공황 이래 가장 큰 경제적 위축, 전쟁과 심각한 공급망 혼란 등으로 인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 사태가 마무리되었다는 신호다. 많은 경제전문가와 금융시장 참가자는 연준이 미국 경제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지 않고서도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졌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정점에서 2년이 지난 지금, 미국 경제는 건실하게 성장하며 물가가 연준의 안정 목표에 거의 근접하여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새로운 ‘경제전망요약’(SEP,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보고서를 통해 정책 위원들이 대부분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가 약 50bp 추가 인하될 것이며, 2025년에는 추가로 100bp 내려간 3.25~3.50%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개했다.[3]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두 차례 정도 추가 ‘스몰컷’ 혹은 ‘베이비스텝’(25bp)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빅컷’(big cut)으로 불리는 이번 연준의 과감한 금리인하 행보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예상외로 평온했다. FOMC 결과가 발표된 18일 당일 미국 S&P500 주가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0.3% 하락했고, 10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은 0.04% 포인트 오른 3.68%에 거래됐다. 통화정책 결정에 민감한 2년물 재무증권 수익률은 0.02% 포인트 정도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연준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몇 달 동안 보인 변동성을 고려할 때, 실제 정책 결과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차분했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이미 공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4]

이어진 19일부터 5일 동안 S&P500 지수는 2%, 나스닥지수도 2.8% 이상 오르면서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들어 양 지수는 각각 20%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74% 수준까지 상승한 반면, 2년물 금리는 3.52%까지 52주 최저치를 경신하며 하락했다.

9월 FOMC ‘빅컷’: ‘선제적’ 혹은 ‘매파적’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과 볼커 디스인플레이션 시기를 경험했던 1980년대 이후 사례를 살펴보면, 연준은 경제적으로 강력한 충격에 직면했을 때에만 0.25%포인트 수준의 일반적인 정책 금리 조정 속도에서 벗어난 바 있다. 최근 사례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급격한 경제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와 2022년에 연준이 인플레이션 문제를 일시적인 것으로 잘못 판단했던 상황이 있다.[5]

이러한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연준이 이번에 과감하게 금리를 인하한 이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몇 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경기 부양 정책 결정은 즉각적인 비판을 초래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공화당 대선 후보는 연준의 결정이 “정치적인 이유(백악관의 경쟁자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를 돕기 위한 것)가 아니라면, 현재 미국 경제가 ‘매우 나쁜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논평했다.[6]

그러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과도한 해석에 경계를 표명했다. 18일 정책 결정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배경에 경제적인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강력하다”면서, “[오늘의 금리인하 결정은] 경제 성장과 함께 노동시장의 강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즉, 노동시장의 약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7]

금리 인하를 개시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한참 남았고, 정책 효과의 전달이 지연되는 특징을 가진다는 점에서 변수도 많다. 연준 정책 위원들은 아마도 ‘빅컷’에 대해 투자자들이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으나, 이를 설명하여 이해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반면, 베이비스텝(25bp) 금리 인하는 연준이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고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어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제시한 기초적인 배경 설명은 그 동안 가장 우려되었던 인플레이션 압력이 빠르게 완화된 반면, 최근 실업률이 급등하자 고용시장의 완전고용 달성 목표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이다.[8] 실제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임대료 상승률 둔화로 계속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업률은 아직 4% 초중반에 머물고 있으며, 1년 전과 비교하면 1%포인트나 상승했고, 최근 일자리 창출도 주로 정부와 보건의료, 임시직 쪽에서 증가했다.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이번 연준의 결정은 ‘선제적 대응’으로 적절했다는 평가가 많지만, ‘매파적(hawkish)’ 빅컷이었다는 의견도 나온다.[9] 

파월 의장은 연준이 뒤처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이번 결정이 시기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이 이것을 우리가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10] 이어 “이번 금리 인하 폭이 새로운 속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며, 기자회견에서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고 필요하다면 일시 중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11] 이러한 ‘매파적’ 발언 때문에 금융시장이 빅컷에도 불구하고 환호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연준은 경기 침체 없이 연착륙을 성공시킨, 흔치 않게 일구어 낸 역사적 정책적 성과를 보존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준 출신의 한 민간 경제전문가는 이번 결정을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하며,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보장하려는 일종의 ‘보험 가입’으로 언급했다. 미국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착륙에 확실하게 성공한다면 파월 의장의 유산이 확실하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12]

특이한 점은 이번 FOMC 정책 결정이 2005년 이후 처음으로 만장일치가 아닌 반대 의견이 한 표 나왔다는 것이다. 미셸 보우먼(Michelle Bowman) 연준 이사가 그 주인공으로, 베이비 스텝(25bp) 인하를 선호한다는 의견을 냈다. 나중에 보우먼 이사는 자신이 반대표를 던진 이유에 대해 “아직 인플레이션율이 목표 수준을 상회하고 있고, 또한 빅컷에 대해 사람들이 ‘성급한 승리 선언’이라고 오해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13]

파월 의장은 만장일치를 좋아하고 반대 의견에 대해 관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반대 의견을 수용했다는 것은 그가 빅컷을 상당히 강하게 원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는 그가 지난 2022년에 인플레이션을 잘못 읽어서 금리인상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물론 9월 SEP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2.1%에서 2.0%로 낮아지고, 실업률 전망치가 4.0%에서 4.4%로 높아진 것을 보면, 이번 4분기에 미국 경제가 급격한 둔화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점도표에서는 연준 정책 위원들이 성급한 승리 선언처럼 보이거나 금리 인하를 서두르는 인상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까지 정책 결정자들의 의견은 상당히 크게 분산되어 있다. 심지어 19명의 위원들 중 2명은 올해 연말까지 정책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다른 7명도 25bp 수준의 금리인하가 한 차례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5년 정책 금리 예상 경로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정책적 합의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약간 끈적끈적하고(sticky), 노동시장에서 빠르게 약세 신호가 나오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더욱 까다로운 일이 될 것이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연준의 결정이 오로지 경제 지표에 따라 내려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선물시장은 연방기금금리가 연말까지 4.00~4.25% 수준까지 연준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인하될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는 앞으로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한 차례는 다시 빅컷이 단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2025년 중반까지 정책금리가 3% 아래로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14]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의 폭이 크기는 하지만 4% 후반의 정책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완화 정책 사이클의 시작’이라기보다는 ‘긴축 정책 사이클 종료 작업’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15]

연준은 지난 2022년 급격한 금리인상을 실시할 때 매번 인상 폭을 시장에 미리 알리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선제적 지침)를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하 폭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연준이 제시한 최신 경제 변수의 예측 값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처방하는 적정 정책금리 수준과 일치하고 있다.[16]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향상됨에 따라 중립 금리가 2.9% 수준으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재와 같은 생산성으로는 4% 중반의 실업률이 경제 성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17]

금리인하 후 금융시장 경로, ‘경제’에 달렸다

그렇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 주식과 채권, 달러 그리고 금 시세의 변화는 어떻게 될까? 일단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면 금리 인하 자체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건강 상태가 금융시장의 성과를 좌우한다.

1970년 이후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 주기 개시 직후 6개월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4% 하락했다. 경기 침체가 아닐 때는 같은 기간 동안 지수가 평균 14% 상승한 것과 극명하게 대조적이다.[18] 

1973년 이래 연준의 금리인하 사례 전체를 보면 약 70% 확률로 S&P500 지수는 6개월~1년 동안 평균 4.5%~4.9% 상승했다. 

1980년 이후의 11차례 사례만 봐도 첫 금리인하 직후 6개월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9.1% 상승했지만, 닷컴 버블 붕괴와 911 사태가 덮친 2001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점인 2007년은 예외였다. 이들 예외를 제외하면 지수는 평균 13.5% 상승했다. 금리인하 직후 1년 성과로 보면 S&P500 지수는 평균 14.3% 상승했으며, 2001년과 2007년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평균 21% 성과를 기록했다.[19]

경제가 연착륙할 때 연준의 정책적 대응은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것보다는 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금리인하였다. 2001년과 2007년의 경험은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만으로는 기업 이익 감소와 높은 불확실성 그리고 신뢰도의 하락을 상쇄하기 힘들다는 것을 주식시장이 보여준다.

이번 연준의 금리인하는 ‘정책 정상화’ 사례로 보인다. 아직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참조한다면 경제 여건이 크게 나빠지지 않는다면 미국 주식 가치가 이미 높은 수준이지만 상승세를 유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최근 노동시장 여건이 빠르게 약화되는 조짐이 보이며, 세계경제 전반에 대한 저성장 우려로 인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상당한 변동성이 예상된다.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가 다소 특이한 것은, 미국 증시가 현재와 같이 고평가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이루어진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2024년 미국 경제는 양호한 성장 국면에 있으며, S&P500 지수는 지난 12개월 동안 26% 이상 상승해, 주가 수준이 예상 수익 대비 21배 넘어섰다. 과거 11차례 금리 인하 주기가 개시되기 전 12개월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9% 상승하는 데 그쳤다.[20] 

미국 국채의 경우 상대적으로 좋은 편이다. 이는 단기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질 때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 인하로 인해 경제가 부양될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장기 시중금리는 상대적으로 하락하지 않거나 소폭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씨티그룹의 분석에 의하면 연준의 첫 금리인하 이후 12개월 동안 미국 국채지수는 평균 7%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경제가 연착륙할 경우에는 2.3%에 그쳤다. 올해 들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중순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금리는 금리 인하 개시 이후 1년간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21]

결국 채권시장의 성과는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시나리오에서만 확실하게 상승하며, 그렇지 않고 연착륙한다면 성과가 불확실한 편이다. 과거 10차례 금리인하 사례에서 10년물 금리는 한 달 동안 평균 9bp 하락했지만, 12개월로 보면 평균 59bp 상승했다.

투자자의 직관적인 판단과 다른 것은, 시중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미래의 금리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경제에 큰 문제가 없다면 금리 인하 폭은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과거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초기에 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 전망했지만, 경제가 붕괴하면서 연준은 정책 금리를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인하해야 했다.[22]

회사채의 경우 국채 금리에 위험 프리미엄이 붙는다. 경제 여건이 좋을 때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면 회사채의 국채 대비 스프레드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기 침체기에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스프레드가 대폭 확대되는데, 이런 시기에는 파산과 채무불이행을 우려한 채권자들이 회사채에 훨씬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달러화 가치는 연준의 금리 인하 개시 이후 경기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주요통화 대비로 약 7.7% 강세를 보였다. 반면 침체가 발생했을 때는 1.8% 강세를 보이는 차이를 나타냈다. 특히 연준이 다른 여러 중앙은행들과 동시에 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달러화의 성과가 더 좋은 경향을 보였다. 이에 비해 연준과 일부 중앙은행만 금리 인하를 하는 경우 상대적인 약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23]

특히 달러화 가치는 경기 침체기에는 상대적으로 강세가 약해지지만, 실제 결과는 다른 나라와 비교에 의해 결정된다. 특히 위기가 발생하면 강한 달러화 수요가 몰리면서 가치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

최근 3년 동안 미국 달러화는 주요 바스켓 통화 대비로 약 9%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 6월 이후에는 약세로 돌아서며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달러화가 여전히 강세 통화이고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경우 연준이 보다 강력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달러화 약세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한편, 대표적인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이기도 한 국제 금 시세는 금리 인하 시기에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고, 달러화로 값이 매겨지기 때문에 금리 하락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릴 경우 금의 매력이 더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도 금 시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24]

남은 위험들: 불안한 ‘소비자’와 ‘수익률곡선’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노동시장을 비롯해 몇 가지 경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민간 부문의 고용 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되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은 주로 의료 및 정부 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신규 일자리의 상당수가정규직이 아닌 파트타임에 치우쳐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또한 이제까지 미국 소비자 지출은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가 팬데믹 이후 쌓아둔 저축을 대부분 소진한 뒤 새롭게 부채를 통한 지출이 소득보다 더 빨리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미국 경제의 주된 성장 엔진인 소비자 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 예상된다. 

최근 콘퍼런스보드에서 발표한 9월 소비자신뢰지수는 3년 만에 가장 큰 폭인 6.9포인트 하락한 98.7을 기록해 소비심리가 악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소비심리가 악화된 가장 큰 배경은 고용시장의 여건에 대한 우려였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내년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지만, 이미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증가했다.[25]

이러한 부정적인 변화들은 연준으로 하여금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이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했을 것이다. 

반대로 연준이 ‘빅컷’으로 금리인하를 개시했지만, 이것이 가져올 위험도 있다. 먼저 노동시장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분기에 연율 3%대 성장률을 보이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건강한 상황에서 연준이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면 금융시장에서 잘못된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내년까지 꾸준히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점을 SEP 보고서를 통해 ‘선제적 지침’을 제공했지만, 경제가 강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생각보다 지속적일 경우 금리인하 폭은 지침에 비해 작을 수 있다.

정치적 위험도 상존한다. 추가 금리 인하는 트럼프로 후보에게 지속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으며, 금리인하 폭이 작거나 인하되지 않을 경우 파월 의장이 트럼프에게 겁을 먹었다는 민주당의 비난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대선 투표일까지 정치적 소음은 더욱 커지면서 연준의 행보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26]

한편,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역전되었던 수익률곡선(yield curve)이 최근 일시 우상향으로 전환됨에 따라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수익률곡선 역전의 예측 능력을 믿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것이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고 생각하지만, 투자자들 다수는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판단은 금융시장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오래된 투자 격언을 믿지 않는 분위기를 반영한다.[27]

1980년 이후 6차례 미국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전에 수익률곡선 역전이 발생했다. 그리고 1990년 이후 4차례는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직전에 수익률곡선이 다시 정상적인 모양으로 돌아갔는데, 이는 대개 단기 수익률이 금리 인하를 예상하여 하락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익률곡선 역전 현상이 2년 이상 지속된 이후, 최근 2년 만기 채권 수익률이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보다 낮아지는 정상화 조짐이 발생했다. 하지만 수익률곡선의 움직임이 경기 침체의 심각성을 얼마나 잘 나타내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주식 시장의 폭등과 수익률곡선의 경기 침체 신호가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과거 2000년에 수익률곡선 역전은 그해 3월 나스닥지수가 정점을 찍기 한 달 이상 전에 발생하였으며, 2001년 3월에 경기침체가 시작되기 3개월 전에 끝났다. 또 2006년에 S&P500 지수는 6월에 수익률곡선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한 뒤에도 20%의 랠리를 이어갔다. 당시 지수는 2007년 10월에 정점을 찍었는데, 이는 수익률곡선이 정상화된 후 4개월, 경기 침체가 시작되기 2개월 전이었다.

2000년에는 ‘기술 붐’이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었고, 2006년에는 중국과 일본의 장기 채권 매수가 장기 수익률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변수로 존재했다. 지금은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이 최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수익률곡선의 해석을 두고 어느 의견이 옳은지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들은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만약 경기침체가 지연되지만 피할 수 없다고 본다면 채권 시장은 큰 성과를 낼 것이고, 그 반대로 경제가 연착륙한다면 주식시장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전고용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실질금리 수준인 자연이자율 혹은 균형이자율(r*)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28]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견딜 수 있는 내성을 보여주자 일부에서는 생산성 향상 등으로 자연이자율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부채의 증가 추세와 총수요의 제약, 그리고 위험 프리미엄의 정상화 같은 요인으로 인해 자연이자율이 팬데믹 이전의 저금리 환경으로 되돌아 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29]

전자는 인플레이션 시대가 돌아왔다는 의미에서 고물가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될 우려를 제기하는 반면, 후자는 저물가 저금리 시대로의 회귀 가능성과 연준의 보다 적극적인 금리인하 전망을 뒷받침한다.


1 Federal Reserve,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Sep. 18, 2024
2 딜로이트인사이트, “‘기대 인플레이션 안착’의 중요성 톺아보기”, 2024년 9월 2주차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3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Sep. 18, 2024
4 Financial Times, “Federal Reserve’s big rate cut leaves little changed in stock and bond markets,”, Sep. 19, 2024
5 Bankrate, “Fed’s interest rate history: The federal funds rate from 1981 to the present,” Sep. 18, 2024. 1980년 초 14%였던 연방기금금리 목표는 같은 해 연말에 19~20%까지 인상됐다. 폴 볼커 의장이 이끌던 이 시기에는 예정되지 않은 긴급 전화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몇 퍼센트씩 변경하고, 심지어 정책 성명도 발표하지 않았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직접 이자율 목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통화공급량 증가를 제한하고자 했다. 이러한 시도는 실업률을 대공황 이후 최고 수준인 11%까지 치솟게 하는 등 커다란 대가를 치르면서 1986년이 되어야 인플레율이 2% 미만까지 하락할 수 있었다.
6 Yahoo! Finance, “A big Fed rate cut gives Donald Trump and Jerome Powell something else to disagree about,” Sep. 19, 2024
7 국제금융센터(KCIF), “미국 연준 9월 FOMC 회의 결과 및 평가”, 2024년 9월 19일
8 The Economist, “Why the Federal Reserve has gambled on a big interest-rate cut,” Sep. 18, 2024
9 국제금융센터(KCIF), “연준의 ‘빅컷’ 이후 금융시자 평가 및 영향”, 2024년 9월 20일
10 국제금융센터, op.cit.
11 한국경제, “빅컷 후 "금리인하 멈출 수도"…파월 완급조절에 증시 혼조세”, 2024년 9월 20일
12 KPMG, “Powell moves to seal his legacy,” Sep. 18, 2024
13 Reuters, “Fed's Bowman says dissent on large rate cut based on above-target inflation data,” Sep. 21, 2024
14 연합뉴스, “11월에 또 빅컷이냐, 숨고르기냐…미 금리인하 폭 전망 '팽팽'”, 2024년 9월 25일
15 The Economist, “Why the Federal Reserve has gambled on a big interest-rate cut,” Sep. 18, 2024
16 Federal Reserve Bank of Atlanta ‘Taylor Rule Utility
17 EIU, "Fed opts for “hawkish 50”, with unemployment set to rise," Sept. 19, 2024
18 Reuters, “A cut — and then what?” Sep. 17, 2024
19 Investor’s Business Daily, “S&P 500 Soars On First Fed Rate Cut; Here's How Much Stocks May Rally,” Sep. 19, 2024
20 Ibid.
21 Reuters, op. cit.
22 Wall Street Journal, “Here’s What Happens to Markets When Interest Rates Fall, in Charts”, Sep. 23, 2024
23 Reuters, op. cit.
24 Wall Street Journal, op. cit.
25 연합뉴스, “미 소비자신뢰지수 3년 만에 최대폭 하락…노동시장 우려 반영”, 2024년 9월 25일
26 The Economist, “Why the Federal Reserve has gambled on a big interest-rate cut,” Sep. 18, 2024
27 Financial Times, “Opinion On Wall Street: What is the yield curve really telling us about the odds of recession?”, Sep. 21, 2024
28 Ricardo Caballero, “r* may be lower than you think,” Sep. 23, 2024
29 딜로이트인사이트, “세계경제 ‘연착륙’과 저성장, 그리고 적정금리”, 2024년 8월 3주차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

저자: 김사헌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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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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