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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3월 3주차)

글로벌 No. 1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의 최신 세계 경제 뉴스와 트렌드 분석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3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리뷰는 아이라 칼리시 박사의 논평을 딜로이트 인사이트 팀이 세부 내용을 보강하여 재편집했습니다. 본문의 이탤릭체 문장이 칼리시 박사 논평 내용입니다.

1.SVB 붕괴 사태의 쟁점과 연준의 정책 행보
- 사태의 개요
- ‘40년 공든 탑, 36시간 만에 붕괴’
- 당국의 대응 방식
- 금융시장 전염 위험은?
- 연준, 긴축 접는다

1. SVB 붕괴 사태의 쟁점과 연준의 정책 행보

사태의 개요

미국 16위 대형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런 붕괴 사태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당국이 일시적 위기 대응에 나서면서 위기의 전염은 제한됐지만, 일부 소형은행이 파산하고 주요 은행 주가가 폭락했다. 또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uisse, CS)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중앙은행이 개입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SVB는 자산 2,000억 달러 수준으로 수조 달러 규모인 미국 대형은행들에 비해서는 작은 은행이다. 하지만 중소형 은행의 파산이라고 해도 금융시장의 전염 사태를 불러온다면 세계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한 사태가 전개될지 여부는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달렸다.

SVB는 1983년 설립 이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틈새 사업을 개척하라’는 것이 은행의 모토였고, 테크와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주 고객이었다. 미국에서 벤처캐피털(VC)사의 투자를 받는 테크 및 바이오 스타트업들 중 절반가량이 SVB와 거래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 ‘모든 길은 SVB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SVB의 수익 구조는 VC 투자를 등에 업은 스타트업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들로부터 다시 예금을 유치해, 이를 다시 다른 스타트업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유지됐다. 테크 및 바이오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SVB는 미국 20대 은행으로 성장했고, 해외로도 발자취를 뻗었다. 로블록스와 스포티파이, 로쿠 등 미국 내 테크 및 바이오 스타트업의 거의 절반이 SVB의 고객사였다. 이 가운데 코로나19(COVID-19) 호재로 테크와 바이오 붐이 일고, 전 세계가 재정 및 통화 경기부양에 나섰다. 이렇게 막대한 현금이 시중에 풀리자, 메타버스 등 신산업이 급격히 부상하며 스타트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이로 인해 SVB뿐 아니라 모든 미국 은행들에 현금이 넘쳐났다. SVB의 총예금 규모는 2년 새 1,890억 달러로 서너 배나 불었고, 2021년에는 역대 최대 수익을 거뒀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SVB는 총자산 2,090억 달러, 총예금 1,754억 달러로 미국 16위 은행으로 기록됐다.

‘40년 공든 탑, 36시간 만에 붕괴’

SVC의 틈새 전략은 이처럼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었으나, 앞서 테크 기업 고객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다는 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2022년 말 SVB 예금의 대부분인1,570억 달러가 단 3만7,000개 계정에 몰려 있었다. 그럼에도 당시 그레그 베커(Greg Becker) SVB 최고경영자(CEO)는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단연 최고의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여느 은행과 마찬가지로 SVB도 단기 예금에 낮은 이자를 지급하고, 이러한 자금을 금리가 더 높은 장기 자산에 투자하는 수익 구조로 운영됐다. SVB는 2021년 테크 호황 덕분에 풍부해진 유동성을 미국 국채와 민간의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장기 채권에 대거 투자했다. 그런데 금리 여건이 일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지난해 3월부터 가파른 긴축 행보를 밟아 단기금리를 인상하고 국채를 매각했다. 이로 인해 장단기 수익률이 역전되는 수익률 커브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은행들의 일반적인 수익 구조가 지속되기 어려운 여건을 조성한다. 은행들이 예금 이자는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데 장기자산 투자에 따른 손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신용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SVB의 경우에 채권 수익률 상승은 시가평가(mark to market)에 따른 자본손실을 의미했다. 또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해 채권을 팔아 현금을 조달해야 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SVB는 보유한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내다 팔고, 이것도 모자라서 대규모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조달 계획까지 발표했다. 이는 고객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이었지만 역효과를 냈다. 예금을 인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자, 주요 고객들이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뱅크런’이 발생했고, 결국 예금주의 인출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정부가 개입해 은행 통제권을 가져갔다.  

SVB가 40년간 쌓아 올린 아성은 단 36시간 만에 무너졌다. 베커 CEO가 지난 3월 8일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한 채권 자산을 매각해 대규모 손실이 났다고 밝히고 신주 발행 계획을 발표한 후, 9일 은행 영업이 개시되자마자 뱅크런이 촉발됐다. 주 고객들이 테크 스타트업인 만큼, SVB가 자산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소식과 위기 경고가 메신저 앱과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들은 소식을 접하자마자 스마트폰 뱅킹 앱으로 SVB에 맡겼던 예금을 다른 은행이나 심지어 로펌 계정으로 급하게 옮겼다. 이른바 ‘디지털 뱅크런’으로 인해 위기도 초고속으로 진행돼, 9일 영업 종료 시간까지 총 예금액의 약 1/4인 420억 달러의 예금 인출 시도가 이뤄졌다. SVB 폐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Washington Mutual)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은행 파산으로 기록됐다.

이번 SVB 붕괴 사태는 연준이 긴축에 나서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은행이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다. SVB는 특정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이 산업은 최근 금리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처럼 집중된 익스포저는 위험을 높인다. SVB는 실리콘밸리 기업과 고액자산을 가진 개인의 예금을 받아서 급성장했는데, 업황이 악화되자 테크 기업들은 예금을 헐어 사업 손실을 메꿔야 했다. 이것이 최근 금리상승의 충격을 한층 배가하고 결국 붕괴 사태의 전기를 마련한 배경이다. 

SVB는 수익률이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채권에 대거 투자한 데다, 테크 산업의 활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에 차 있었기 때문에 이번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SVB 붕괴 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파생상품과 위험투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은행의 부채인 예금과 자산 간 균형이라는 상업은행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됐다. 이러한 ‘자산-부채 미스매치’ 외에, SVB가 유동성 경색 상황에서 고객들의 현금 니즈가 변할 것에 대비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처해 일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SVB는 지난해 무려 8개월간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자리가 공석이었다. 

당국의 대응 방식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위기 발생 44시간 만에 빠르게 개입했다. 베커 CEO가 8일 투자 손실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후 뱅크런이 촉발된 것이 9일이다. SVB가 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판단한 연준 관료들은 긴급지원에는 나서지 않고 9일 밤부터 10일 아침까지 SVB의 파산을 막을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즈(NYT) 보도에 따르면,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과 마이클 바(Michael Barr)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감독부의장 등 연준 관료들은 밤샘 회의 끝에 “SVB의 실패가 금융시스템 전반에 위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이 은행 문을 열기 전 개입해, 유동성 부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 전 지점을 폐쇄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산타클라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V)라는 법인을 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이전하고 보유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백악관 측은 당초 실리콘밸리 현금 부자들이 손실을 막으려 정부에 로비하는 것 아니냐, 또 SVB가 빠르게 매각되면 해결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개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연방정부는 방만한 운영으로 위기에 처한 은행을 혈세로 구제금융 한다는 정계의 비난에 민감하기 때문에 섣불리 개입하기도 힘들다. 하지만10일 오전 금융위기 실전 경험으로 무장한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에게 위기 확산을 경고하며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러는 동안 여타 지역은행들의 뱅크런 사태가 이어지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됐고, SVB의 신속 매각 시도도 무산됐다.

결국 백악관, 재무부, 연준은 11일 저녁 △SVB 예금 전액 보장 △은행 연쇄 파산을 막기 위해 다른 금융기관에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지원 등 두 가지 합의를 도출했다. 12일 오전 ‘시스템 리스크 예외조항’을 적용한다는 은행 지원방안 초안이 의회에 보고됐고, 연준과 FDIC가 이를 승인했다. 이날 저녁 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Signature Bank)도 폐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 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13일 아시아 금융시장이 개장하면 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을 우려해 신속히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연방정부와 연준의 다음과 같은 대응으로 SVB 사태는 일단락됐다.

  • SVB와 시그니처은행 예금, 법적 보호 한도인 1인당 25만 달러를 초과해도 모두 보증
  • 13일부터 예금 인출 허용해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등 고객사 유동성 위기 방지
  • 은행들이 각출한 예금보험기금에서 재원 충당
  • 은행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가동

애초에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장관은 SVB에 대한 구제금융은 없으며 25만 달러까지만 예금보험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새로운 은행법이 이러한 은행을 구제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시장의 확신을 불러오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연준이 재무부와 FDIC 등과 함께 SVB의 예금 전액을 보증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SVB 예금의 90%가 25만 달러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국은 ‘은행 기간자금공급 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도 발표하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은행에 국채나 MBS를 담보로 단기 자금공여를 실시한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금융시장 전염 위험은?

위기 확산을 막는 최상의 해결책은 연방정부가 나서서 재무건전성이 탄탄한 대형 은행에 SVB가 매각되도록 성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SVB가 결국 매각되지 않으면 은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훼손돼 위험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이 사안이 신속히 마무리되지 않으면 투자자와 예금자 불안이 증폭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며, 예금은 대마불사(too-big-to-fail) 은행들로 몰려 소형은행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다행히 SVB 영국 법인은 HSBC에 매각됐다. 덕분에 SVB 영국 법인의 고객사인 250여개 스타트업은 ‘실존적 위협’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대마불사 은행들은 SVB와 수익 및 사업 구조가 다르다. 또 리먼 사태 당시에는 모든 은행과 보험사가 레버리지를 크게 일으켜 부동산에 투자해 집단 위기를 맞았지만, 바젤3 도입 이후 주요 은행들의 예대율도 낮고 레버리지도 과도하지 않다. 파생상품 및 레버리지 규제와 감독이 강화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댄 투자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므로, 과거 금융위기와 여건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옐런 장관도 “은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단이 있고, 추후 상황에 따라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는 상대적으로 이례적 환경에서는 금융시장의 작은 불씨가 예상치 못한 큰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딜로이트 미국 경제 예측 책임자인 대니얼 바크먼(Daniel Bachman) 박사는 지난 1월 발표한 미국 경제전망에서 금융시장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연준이 긴축 행보를 늦추지 않는다면, 아주 작은 금융 쇼크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보험사와 연금 등 투자기관들이 자산 재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 SIFI)들도 이러한 비유동적인 장기 채권 자산에 대규모로 투자했다면 역시 부실 자산을 대거 떠안게 될 수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가 이러한 자산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면, 보유 자산을 시가평가(mark to market) 해야 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연준은 은행권에 대한 ‘가혹 상황 대비 점검’(stress test)을 실시하고, 자산-부채 미스매치 및 위험가중치 변화 등 일련의 새로운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위기 전염 사태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SVB 사태는 더 큰 위기의 경고음을 울린 셈이다.

연준, 긴축 접는다

융시장의 전염 사태가 발생하면 신용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돼 경제 활동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과거 금융위기 때 이미 경험한 것이다. 이 때 연준은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개입에 나섰다. 이러한 개입은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수반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하기에는 부담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연준이 긴축정책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급격한 경기침체 위험과 싸우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어려운 임무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은행권 위기가 확산되면 경제성장과 수요가 둔화될 수 있으므로,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쪽으로 기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은행시스템 건전성과 경제 여파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기대금리가 낮아지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버리고 안전자산으로 도망치고 있다. 주가지수와 국제유가, 산업 경기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까지 일제히 급락했다. 에릭 로젠그렌(Eric Rosengren)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5일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수요가 붕괴한다. 은행들은 여신을 옥죄고, 소비자들은 고가 품목 지출을 중단하고, 기업들은 지출을 끊는다. 수요가 얼마나 망가질지 진단이 내려질 때까지 금리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트윗을 남겼다.

지난 수일 동안 채권 금리가 급락하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크게 하락했으며, 미국과 유럽 주식도 급락했다. 하지만 고수익채권 스프레드는 놀랍게도 이번 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수익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한 것은 최근 사태가 더 깊은 경기침체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준이 3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위험의 첫 사태가 터졌을 뿐인데 과도하게 반응하면 인플레이션 통제 의지가 약해졌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상을 시작할 때는 주저하던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때는 과감한 모습을 보이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실제 위험보다 더욱 과도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경제 지표에 따라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란 기본적인 입장을 확인했다.

CME 그룹 데이터에 따르면, 16일 기준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3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현행 4.5~4.75%로 동결할 가능성을 31.4%로, 4.75~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68.6%로 점쳤다. 

마지막으로, 현재 상황은 ‘움직이는 표적’과 같다.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극심한 시기에는 투자자 행동과 정책결정자 대응 등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된다. 위에 쓴 내용들도 모두 단 몇 시간 만에 쓸모없는 정보와 견해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며 사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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