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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사태가 쏘아올린 공, 연준 기조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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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4월 2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SVB 사태가 쏘아올린 공, 연준 기조 바꾼다
2.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에 숨겨진 보호무역주의, 경제 효율성 저해

1. SVB 사태가 쏘아올린 공, 연준 기조 바꾼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아직은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촉발하지는 않았다. 신용시장 기능은 훼손되지 않았고, 최근 사태에 영향을 받은 은행들도 많지 않다. 하지만 위기는 전염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기업들이 자산을 은행에서 빼내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기면서 전반적인 은행 예금액이 줄어들고 있다.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국 재무장관은 이로 인해 MMF 산업 전체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편으로는 인수합병(M&A) 건수가 급감하면서 은행 대출도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M&A 활동 규모는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특히 미국보다 유럽이 더 큰 폭 감소했다.

사실 현재 신용시장 활동이 약화될 여건은 아니다. SVB 파산으로 은행권 위기가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신용시장은 견조한 양상을 보였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2022년 초부터 긴축 통화정책에 나서 신용시장 여건이 다소 경색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개선 신호가 나타났다. 이 시점부터 미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 격차를 의미하는 신용 스프레드(credit spread)가 좁아지는 등 신용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개선되었고,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 지표들도 양호해지는 추세였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 금리인상 시기에는 그 전부터 금융시장 참여자들을 괴롭혔던 위험 요소들이 민낯을 드러내고, 쇼크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지금처럼 국채 수익률곡선(yield curve, 금리 기간구조)이 역전된 상황에서는,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대차대조표를 지탱하지 못하는 은행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은행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SVB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일련의 은행 실패가 바로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된 사례이다. 

이렇게 신용여건이 악화됐다는 것은,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의 약화를 유도한 중앙은행들의 노력이 드디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당초 의도한 바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금리인상을 더 지속할 필요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조만간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잠시 멈출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연준보다는 오랜 기간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형은행 위기 일부 원인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미국 중형은행들의 파산 위험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이들 은행이 침체에 빠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 신용위험 발생 시 금융회사가 관련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금액)가 과도하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대형은행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인 반면, 중소형 은행들은 반대로 익스포저를 크게 늘렸다. 그런데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 근무와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크게 줄었다. 완공되는 건물은 계속 나오는데 수요가 줄자 과잉 공급 상황이 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고, 이러한 개발업체들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들도 연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SVB 사태 이후 예금이 중형은행에서 이른바 ‘대마불사’(too-big-to-fail) 대형은행들로 달아나고 있다. 이로 인해 중형은행들이 직면한 잠재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연준과 미 재무부가 암묵적으로 중형은행 지원 의사를 보이면서 위기 상황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중형은행 산업이 축소되면 창출되는 신용 규모 자체가 줄어든다. 중형은행은 지역 기반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들 중견 및 영세 기업들은 대출을 얻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연준 정책 선회 가능성 높아져

연준의 딜레마는 더욱 심화됐다.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연준은 물가안정 목표치 2.0%를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흔들리는 모습을 시장에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혼란과 금융회사 붕괴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상충하는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연준은 각각의 사안에 대해 별개의 정책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곧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금리인상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한편, 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무한대의 능력을 사용해 예금자와 투자자들을 안심시킴으로써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 자금 지원으로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갑자기 확대되면서, 일종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1년간의 추세에서 완전히 방향을 바꾼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큰 금융 재앙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상 신용시장 여건이 악화되는 것은 금리가 대폭 인상되는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연준은 긴축의 속도를 늦춰도 물가 통제라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신용시장의 부분적 붕괴로 인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느냐 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 은행권 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2023년에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신용시장이 상당히 악화되고 고용시장 경색도 다소 풀린 만큼, 연준이 긴축 통화정책 기조를 선회한다 하더라도 올해 미국 경제활동이 위축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또 국채 수익률곡선 역전은 통상 어느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경기하강으로 이어진다. 과거 사례를 대입하면, 2022~2023년 긴축 통화정책과 뒤따른 수익률곡선 역전으로 2024년 또는 2025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신용시장 전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금융위기가 심각한 경기하강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은 상당히 높아졌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유럽에도 전염됐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무너지면서 UBS에 신속절차로 합병됐고, 은행 예금이 대거 인출되는 등 신용시장 여건이 약화됐다. 이로 인해 은행 대출도 줄면서 기업 투자와 금리에 민감한 소비지출도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됐다. 하지만 ECB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통제에 초점을 맞추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애초에 미국보다 발생 가능성이 높았던 유럽의 경기침체 위험은 더욱 심화됐다고 할 수 있다.

2.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에 숨겨진 보호무역주의, 경제 효율성 저해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희토류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이 먼저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을 설득했다. 중국이 첨단기술을 군사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첨단기술의 가치사슬을 타고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제재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뒀다. 지난해 4분기 첨단 반도체 기술의 대중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로 일본의 경우 16%, 미국 50%, 네덜란드는 44% 각각 감소했다.

이제 중국이 반격에 나설 태세다. 중국은 희토류 추출 및 분리 공정에 필요한 장비와 기술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이기 때문에, 중국의 이 같은 정책이 실시되면 관련 산업이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중국은 더 나아가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사마륨코발트, 네오디뮴철붕소·세륨 자성체 제조기술의 수출 금지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이번 움직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은 이미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것이라는 관측 하에 국산화 노력을 펼쳐왔다. 실제로 글로벌 희토류 생산량 중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의 무려 90%에서 2022년에는 70% 수준까지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희토류 추출 및 분리 기술과 장비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 및 일본과 반도체 협상에서 지렛대로 사용하기 위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은 반도체법(CHIPS Act)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등을 제정해 국내 반도체 생산 투자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전기차 등 기후변화 대응 기술 육성 지원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관련 산업에서 핵심 플레이어가 되려는 중국으로서는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노골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미국이나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으면 전기차 보조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일종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클러스터를 구축하고자 일본 자동차회사들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비공식 합의를 맺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일본 등 우방국이 아니라 명백히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일 합의는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 비난을 받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 소외됐다고 느끼는 유럽연합(EU)도 이를 맹비난하고 있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공급망의 ‘리쇼어링’(reshoring)과 프렌드쇼어링을 추구하는 최근 글로벌 추세의 일환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중국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포함돼 있다. 또한 최근 수년간 예상치 못한 공급망 붕괴를 겪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탈출해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정치 분쟁으로 중국과 서방 간 관계가 한층 냉각될 것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혁신과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보다 정치적 동맹국들 사이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선택이 정치적 위험은 줄일 수 있겠지만, 자본흐름의 다각화를 후퇴시켜 경제적 위험을 증대한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정치적 이유로 대외 투자 결정을 내리면 경제 효율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MF는 세계경제가 블록화 구조로 향하게 되면, 진정한 세계화가 이뤄질 때보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약 2.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상당수 저명한 경제학자들도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관련 산업정책 도입, 중국과 서방 간 디커플링이 경제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각국 경제정책의 주요 기조였던 글로벌 통합 노력을 되살리려는 정치적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각국 정치인들은 그러한 글로벌 통합 과정에서 일자리를 다른 국가에 빼앗기고 소득 불균형이 심화됐으며 자국민 삶의 질이 낮아졌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글로벌 통합 덕분에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졌고, 신흥국에서는 더 많은 고용 기회가 창출됐으며, 선진국에서는 소비자물가가 하락했고, 세계 곳곳 삶의 질이 높아졌다. 세계화의 폐해로 종종 지목되는 선진국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는 세계화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게다가 선진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감소했지만, 전반적인 고용시장은 개선됐다.

소득 불균형 또한 세계화보다는 기술 발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 혁신으로 비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줄고 고급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늘었다. 하지만 인력 구조가 이를 따라잡지 못해 소득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다. 상당수 선진국에서 이러한 이유로 발생한 소득 불균형을 포퓰리즘 정치를 펼치는 수단으로 남용하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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