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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등급 강등된 미국,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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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8월 2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국가신용등급 강등된 미국,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
2. 중국, 디플레이션 위기…소비지출·기업투자 위축될라
3. 미국 정부, 대중 첨단기술 투자 제한…업계와 온도차

1. 국가신용등급 강등된 미국, 재정정책 이대로 좋은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대치했던 2011년을 기억하는가? 당시 막판 협상이 타결됐지만, 직후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1 정치 기능 장애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금융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후 1년간 국채 수익률은 되레 하락했다.2 신용등급 강등은 채무 불이행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미국 정부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은 제로에 가깝다. 물론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다면 며칠간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가능성은 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한 적이 없다. 다른 국가나 기업은 자금이 동나 채무 상환을 이행하지 못할 위험이 있지만, 미국 정부에는 해당하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에 또 다른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3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한도를 놓고 공화당과 대치하다가 예상보다 싱겁게 협상을 타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등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치는 등급 조정의 근거로 이번 부채한도 협상 위기를 들면서, “부채한도 상향 여부를 둘러싼 반복적 대치 상황에 이은 막판 협상 타결 양상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피치는 또 2021년 1월 6일 발생한 미국 국회의사당 무력 점거 사태와 비슷한 일이 발생함으로써 정치 분열이 심화돼 향후 의회의 행동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피치는 미국 국가 채무의 장기적인 경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인구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와 메디케어(Medicare)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피치의 등급 강등 후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기는 했으나, 그 원인은 피치의 결정보다는 주로 미국 경제 회복탄력 소식과 같은 다른 데 있었다. 이번에도 금융시장은 미국 등급 강등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과 유권자들이 미국 국가채무의 전망에 대해 우려할 만한 두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정부가 지나치게 채권을 많이 발행해 민간과 자본조달 경쟁을 하게 되면, 조달비용이 상승해 민간부문 투자가 위축되는 ‘크라우딩 아웃’(crowding out)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둘째, 늘어난 부채를 감당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자본조달 비용이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고 인플레이션율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5  확실히 현재 정부 차입 수준이 민간부문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며, 더욱이 팬데믹 이후 정부 차입 규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문제가 있다. 향후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등 고령 인구를 위한 정부 프로그램뿐 아니라 채무 상환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6 정부지출 삭감 또는 세수 확대 등으로 이를 충당하거나 경제성장이 가속화되지 않는 한, 재정적자는 늘어나고 국가 채무의 규모도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부터 정부 부채가 민간부문에 악영향을 주는 구축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미국보다 훨씬 높지만,7   여전히 자본조달 비용과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다. 미국이 거기까지 가려면 멀었지만, 국채 발행 능력이 무제한일 수는 없다. 국가 부도나 하이퍼인플레이션 사태를 맞은 국가들이 그 증거다.

미국 정부 부채의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지만, 거센 정치적 반발이 예상된다. 세금을 인상할 수도 있고,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를 제외한 정부지출을 삭감할 수도 있으며, 연금과 건강보험 혜택을 축소할 수도 있고, 1980년대 시행했던 것처럼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상향할 수 있으며, 이민을 확대해 은퇴자 대비 세금 납부 근로자 비율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만 적용하더라도 정부 부채의 증가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치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조치를 이행하기 위한 양당 합의를 도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1 U.S. credit rating: How the S&P 500 reacted to 2011 downgrade (yahoo.com)
2 United States Government Bond 10Y - 2023 Data - 1912-2022 Historical - 2024 Forecast (tradingeconomics.com)
3 United States Government Bond 10Y - 2023 Data - 1912-2022 Historical - 2024 Forecast (tradingeconomics.com)
4 Why U.S. credit rating was downgraded and debt is rising - The Washington Post
5 Tripadvisor: Over a billion reviews & contributions for Hotels, Attractions, Restaurants, and more
6 The Long-Term Budget Outlook Under Alternative Scenarios for the Economy and the Budget (cbo.gov)
7 Japan General Government Gross Debt to GDP - 2023 Data - 2024 Forecast (tradingeconomics.com)

2. 중국 디플레이션 위기...소비지출·기업투자 위축될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몇 년간 중국 물가 상승률은 주요 서방국에 비해 훨씬 높았다. 하지만 제한조치가 실시되자 2020년 말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후 물가가 완만한 수준까지 반등하며 2022년 내내 대체로 2%를 웃돌았다. 

그런데 지금은 주요 서방국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율을 끌어내리기 위해 애쓰는 동안, 중국은 갑작스럽게 디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의도했던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말 ‘제로코로나’ 정책이 전면 철회되면서 중국 경제성장률이 치솟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덩달아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은 미진하고 인플레이션은 완만했다.

지난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3% 내리며,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다만 지수가 월간으로는 0.2% 상승해 미미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동월 대비 0.8% 올랐는데, 이는 기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돼지고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식품 물가가 전년대비 1.7% 하락했다. 비식품 물가는 보합에 그쳤다. 의복비가1.0% 상승한 반면, 교통비(4.7%↓)와 자동차(4.4%↓) 휴대폰(2.6%↓) 가격은 모두 하락했다. 반면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는 10% 올랐으며, 영화 티켓 가격도 5.9% 상승했다. 이는 소비지출이 재화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향후 수개월 내 인플레이션이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 낮은 인플레이션은 부분적으로 기저효과 때문이며, 이 영향이 줄어들면 다시 물가가 연간 물가지수도 상승권으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해도 취약한 중국 경제와 소비수요, 낮은 원자재 상품 가격 때문에 물가 수준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디플레이션 발생을 우려하는 이유는 이럴 경우 실질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해 금리에 민감한 소비지출과 기업투자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은 지출을 꺼리고 저축을 늘리려 할 것이다. 이는 수출 약화를 소비 진작으로 상쇄하려는 정부의 구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디플레이션은 취약한 경제를 반영한다. 경제 성장이 가속화해야 인플레이션도 높아진다.

중국 정부는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와 기업이 지출을 꺼린다면 전통적 경기부양책은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현금을 축적하게 만들 것이다.


3. 미국 정부, 대중 첨단기술 투자제한...업계와 온도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사모펀드와 벤처 캐피탈 등 미국 자본의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 본토를 비롯한 홍콩, 마카오 특별행정구를 ‘우려 국가’(country of concern)로 규정하고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등 3개 첨단기술 분야의 매출 및 순이익, 투자, 영업비용 등이 전체 사업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것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행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업계 의견을 청취한 뒤 세부 시행 규칙을 별도 고지할 방침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제한적, 선별적이므로 미-중 양국 간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심지어 일부 의원들은 더욱 엄격한 대중 투자 금지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이미 일부 미국 첨단기술 기업과 중국 기업 간 구매계약을 제한하는 보복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또한 청정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양국 간 반목은 이미 전반적인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따른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직접 투자는 급감했고, 중국산 공산품의 수입 규모도 감소했으며 동남아산 제품으로 교체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악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양국 경제관계는 이미 무너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우방국들에게도 자신들과 유사한 대중 투자 제한 조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떠난 자리를 유럽 기업들이 차지하는 식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대중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일단 유럽연합(EU)은 대중 투자 제한에 동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미-중 첨단기술 분야 ‘디커플링’ 양상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양국간 많은 공생관계가 필요하며, 미국 업계의 입장은 정부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중국 기업들과 여러가지 경로로 얽혀 있는 미국 첨단기술 기업들은 이번 조치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기 위해 행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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