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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낮은 생산성 증가율, 주된 요인은 기업투자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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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선진국의 낮은 생산성 증가율, 주된 요인은 기업투자 부진
2. 요동치는 월가 배경은…연준, 경제, 중동 사태 등 혼재
1. 선진국의 낮은 생산성 증가율, 주된 요인은 기업투자 부진
지난 수십년간 선진국 경제 성장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구학적 변화가 꼽힌다. 저출산과 이민제한으로 인해 미국은 노동가능 인구 증가세가 둔화됐고 유럽과 일본은 노동가능 인구가 아예 감소했다. 물론 노동가능 인구가 줄어도 생산성 향상을 가속화하면 경제 성장 둔화를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 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이후 완만하게 하락했다.
완만했던 생산성 증가율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일시적으로 가속화됐다. 컴퓨터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됨과 동시에 인터넷이 급속도로 확산된 덕분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약발이 사라지자, 최근 15년간 생산성 증가율은 그 이전보다 훨씬 가파르게 둔화됐다. 특히 2008~2010년 사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 이후 이러한 양상이 더욱 심화됐다. 그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의 경제 성장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고용 증대에 기대어 이뤘다.
생산성이 좀체 향상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OECD는 이러한 쟁점에 대해 포괄적인 서베이를 실시해(아직 미공개), 결론적으로 ▲부진한 기업투자 증가율 ▲다수 산업 내 집중화(경쟁과 투자 유인을 약화시킴) ▲부실은행들의 잘못된 신용 분배(좀비기업 양산) 등을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 기간 자본조달 비용이 매우 낮았음을 감안하면, 기업투자가 부진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자본조달 비용이 낮으면 대출 기업들이 빚을 갚기 위해 수익 창출에 큰 힘을 쏟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조성돼, 오히려 마구잡이 투자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술 및 지정학적 추세에 대한 비관적인 성장 전망이나 불확실성도 투자를 접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또한 OECD 분석에 따르면 상당수 국가에서 연구개발(R&D) 지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그에 따른 투자 수익은 오히려 줄었고 신규 특허 건수도 투자액에 상응하는 증가세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양상에 대해 OECD는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고 크로스보더(cross-border) 투자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연구자들간 국제협력이 감소한 것을 일부 원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연구협력 채널이 막히면서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한때 첨단기술 분야에서 활발했던 미국 기업들과 이들의 중국 자회사 및 파트너사들 간 협력은 이제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마지막으로 OECD는 대다수 선진국에서 노동이동(labor mobility)이 감소했음을 지적했다. 즉 이로 인해 노동자들간 일자리가 재배치되는 수준이 급격히 떨어졌고, 이 때문에 노동 분배를 개선했을 때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을 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전망은 어떨까? OECD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생성형 AI를 활발히 활용하는 기업들의 주가지수가 크게 상승했다는 소식은 생성형 AI가 가져다줄 수익 잠재력에 대한 긍정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하지만 AI에 대한 초기 투자가 기업 차원에서 생산성 향상에 미친 영향은 아직까지는 혼재된 것으로 나타난다고 OECD는 지적했다. 이는 AI 기술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생산성 경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무역이다. 무역 집중도와 생산성 증가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면서 무역 증가율, 크로스보더 투자, 국가간 정보공유가 약화됐다. OECD는 제한적 무역정책을 버리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OECD는 또한 여타 정책 측면에서는 인적자본과 순수연구에 대한 투자확대 및 기업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대다수 선진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어 노령 인구에 대한 정부의 관련 자원 할당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 인프라, R&D에 투자할 자원이 줄어든다.
한편 선진국의 상황은 이렇지만, 착실한 단계를 밟으며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신흥국은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돼 선진국의 기술 수준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인도처럼 인구학적 여건이 우호적인 신흥국은 향후 생산성 향상과 더불어 경제 성장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 요동치는 월가 배경은...연준, 경제, 중동 사태 등 혼재
미국 금융시장에 다시금 변동성이 촉발됐다. 미국 10년물 명목국채 금리에서 동일 만기의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를 뺀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reak-even inflation, BEI), 즉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인플레션이 3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1 반면 시카고연방준비은행이 산출하는 ‘금융여건지수’(FCI)로 보면 미국 금융시장 여건은 2022년 초 이후 가장 완화돼 있는 상태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5.0%를 넘어섰다.3 미국 금융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불확실성이 증대하거나 투자자들이 받아들이기 벅찰 정도로 새로운 정보가 쏟아질 때 발생한다. 지금은 이러한 두 가지가 모두 일어나고 있다. 우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이 지난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4 그는 채권시장이 연준의 일을 돕고 있음을 인정했다. 최근 채권 거래인들이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이유를 묻자, 파월 의장은 “전반적인 경제 체력에 대한 견해를 바꾸고 있으며, 예상보다 장기간의 긴축 사이클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재정적자와 연준의 채권 매각으로 국채금리가 상승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도 금융시장 여건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최신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 기초체력이 강화됐음을 나타냈다. 소매판매가 강력한 양상을 보였고,5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1월 이후 처음 20만 건을 밑돈 것으로 나타나, 놀라울 만큼 견조한 고용시장 여건을 시사했다.6 이처럼 경제지표가 개선되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고, 그로 인해 국채금리도 상승했다. 파월 의장은 “경제 성장과 노동 수요의 회복탄력성을 나타내는 최근 데이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추세를 웃도는 성장률이 계속 나타나고 노동시장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억제가 힘들어져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도 최근 경제지표를 보고 파월 의장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은 당연하다.
최근 분쟁과 불안정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중동 사태도 미국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키랴트 시모나 등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는데,7 이는 전선이 두 곳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군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이 이스라엘을 타깃으로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격추했는데,8 이는 이란도 이번 분쟁에 얽힐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전에 나설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최근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지도자들이 3월 이후 처음으로 회동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오랫동안 고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은 물 건너갔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중동 전역에서는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확산되고 있고,9 미국과 유럽에서는 아랍인과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서방 정부는 테러 행위 가능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10 다만 이처럼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도 국제유가는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11 이는 투자자들이 석유시장에서 심각한 공급 쇼크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앞으로 미국 금융시장의 양상은 연준의 정책 행보, 경제적 흐름, 중동 사태의 전개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주목할 것은 국채 수익률곡선이 정상화(정배열)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15개월 전부터 역전됐던 10년물-2년물 수익률곡선뿐만 아니라,12 약 1년 전부터 역전된 10년물-3개월물 수익률곡선도 정상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13
과거 사례로 보자면, 통상 역전됐던 수익률곡선이 정상화되면 곧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게다가 이번에 수익률 곡선은 1981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역전돼, 1981~82년과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의 전조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익률곡선이 역전됐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통화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은 1982~82년과 다르다. 가파른 긴축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여건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경제성장도 지속되고 있으며, 은행들의 대차대조표도 견조하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이 시간차를 두고 효과를 낸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간차가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정확히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언젠가는 효과가 나타날 테지만, 한꺼번에 나타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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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Year Breakeven Inflation Rate (T10YIE)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2 Chicago Fed National Financial Conditions Index (NFCI)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3 US 10 Year Treasury Bond Note Yield - 2023 Data - 1912-2022 Historical - 2024 Forecast (tradingeconomics.com)
4 Fed's Powell: Bond market helping restrain strong U.S. economy - Nikkei Asia
5 Advance Monthly Sales for Retail and Food Services, September 2023 (census.gov)
6 Initial Claims (ICSA)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7 Israel plans to sever links with Gaza after three-phase war
8 US Navy destroyer in Red Sea shoots down cruise missiles fired by Houthis in Yemen: Pentagon - ABC News
9 Angry protests flare up across Middle East after Gaza hospital blast | Israel-Hamas war | The Guardian
10 Gaza Fighting Risks Resurgence of Terrorist Attacks - WSJ
11 Crude Oil Prices: Brent - Europe (DCOILBRENTEU)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12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Minus 2-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T10Y2Y)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13 10-Year Treasury Constant Maturity Minus 3-Month Treasury Constant Maturity (T10Y3M)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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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
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