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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식비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인플레 둔화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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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4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치솟는 식비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인플레 둔화 이끈다
  • 냉장고 털고, 식재료 낭비 줄이는 소비자들
  • 경제 개선 조짐에도 소비자 절약 행태 계속
  • 허리띠 졸라매는 소비자에 인플레 둔화 전망
  • 식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업계 대응 ‘긴요’

 

1. 치솟는 식비에 지갑 닫는 소비자들, 인플레 둔화 이끈다

치솟는 식비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사수하기 위한 비상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국 식료품 물가를 떨어뜨리고 전체 인플레이션 둔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물가 급등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식료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그야말로 ‘먹고 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식료품 인플레이션에 타격을 받지 않을 소비자는 없다. 자동차와 여행 등 고가 지출은 물론 양말 같은 저가 품목도 돈이 없으면 사지 않아도 되지만, 먹는 것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식품 가격이 치솟으면 다른 품목의 지출이 심각하게 위축된다.1 미국의 경우 지난 2022년 12월까지 18개월간 집밥용 식료품 인플레이션율이 앞선 기간에 비해 무려 10배 이상 급등했다.2 특히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 가계가 식료품 물가 급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3,4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는 초기에는 소비자들이 있는 돈을 긁어모아 어떻게든 기존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려 애쓴다. 실제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팬데믹 이전의 지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팬데믹 기간 열심히 모아 놓은 저축을 헐었다.5 하지만 이제 저축도 거의 동났는데 물가는 내려가지 않자 어쩔 수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현재와 특히 미래의 절약 행태는 소매업체들과 포장소비재(consumer packaged goods, CPG) 브랜드들의 사업 전략에 중대한 요인이 된다. 가격 전략, 마케팅, 홍보, 제품 믹스, 판매량 전망 등이 모두 소비자 행태에 좌우된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절약 행태는 더욱 큰 파장을 퍼뜨린다. 우유와 달걀 등 매일 섭취해야 하는 식료품 가격이 매달 오르며 이른바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6 가 지속되자 식료품 외 지출도 급감한 것이다. 지난 1년간 전 세계 소비자들의 비필수재 지출 의향이 계속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7 특히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전체 소매판매가 감소하며 이러한 소비자 정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8

냉장고 털고, 식재료 낭비 줄이는 소비자들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딜로이트가 조사한 소비자 식료품 구매 행태 약 12가지 중 6가지가 절약과 연관이 있었다. 이 중 3가지는 식료품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었고, 나머지 3가지는 동일 품목 중 값 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가장 많이 나타난 행태는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이었다. 딜로이트가 전 세계 소비자 2만 3,000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컨슈머트래커’(Deloitte State of the Consumer Tracker)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4명은 집에 있는 식품과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음식물 낭비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그림 1). 

이러한 소비자 정서는 다른 소비자 행태를 파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재와 소매업체들이 눈여겨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음식물 낭비를 하지 않으려는 소비자는 냉동식품과 상온보관 식품을 더 많이 구입할 것이다. 또 신선식품을 구입하더라도 딱 필요한 양만 구매하려 할 것이다.

 낭비를 줄이려는 두 번째 노력은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행태로 나타났다(응답자의 3분의 1). 이러한 소비자들은 신제품이나 행사제품에 현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 번째 노력은 원하는 것보다 적게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명 중 1명 응답). 세 번째 응답은 소비자들이 음식을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식량 불안정을 느끼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국 중에서 세 번째 항목 응답자 비율은 프랑스(24%)가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21%), 독일(20%), 영국(19%), 미국(18%)이 순서대로 뒤를 따랐다.

또 소비자들은 식료품 절약을 위해 구매 행태뿐 아니라 구매 품목도 바꿨다. 더 값 싼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식비는 줄이되 구매하는 양은 유지하는 것이다.

당연히 육류와 해산물 등 가격이 높은 항목에 대한 지출이 줄었다. 딜로이트 ‘컨슈머트래커’ 응답자 중 31%가 평소 구매했던 것보다 더 값 싼 육류로 대체해 단백질을 보충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29%는 비싼 항목을 포기하고 건조 콩, 쌀, 렌틸 등 저가 식재료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식료품 업계는 제품 믹스에 변화를 줘야 할 수도 있으며, 값 싼 식재료 재고 확보 경쟁이 벌어지면서 공급망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 행태 변화가 소매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딜로이트 ‘컨슈머트래커’ 응답자 10명 중 3명은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값 싼 스토어 브랜드를 선택하고 있다고 답했다(그림 1). 소비자 행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싼 값에 이끌려 스토어 브랜드를 구입했는데 품질과 맛에 만족한다면, 계속 그 브랜드를 고수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9 역으로 이는 CPG 브랜드들에 위기가 될 수도 있다.

경제 개선 조짐에도 소비자 절약 행태 계속

세계 경제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최근 수개월간 경제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에서 완화되기 시작했고, 고용 증가율은 올라가고 실업률은 여전히 매우 낮다.10  

하지만 소비자들의 식비 절약 행태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앞서 그림 1의 6가지 소비자 절약 행태에 대한 장기적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딜로이트가 집계하는 ‘음식절약지수’(Food Frugality Index, FFI)11는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보합 양상을 보이고 있다(그림 2). FFI는 식료품을 절약하는 소비자 수가 줄어들면 하락한다. 지수는 지난해 말 쇼핑시즌을 맞아 다소 하락하기는 했으나 이내 반등했다.

하지만 FFI 변동성은 국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인플레이션율 등 각국의 경제 여건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여름 미국과 유사하게 인플레이션율이 사상최고 수준인 호주의 경우 FFI가 유독 높다.12 영국도 FFI가 높은 편이다. 최근 수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기는 했으나, 전반적 인플레이션보다 식품 인플레이션이 유독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영국 식품 인플레이션율은 16.8%로 1977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13

FFI는 소득에 따라서도 달라지며, 당연히 저소득층의 지수가 높다(그림 3). 소득 격차에 따라 식품 시장도 양분화되며, 저소득층의 식비 지출이 훨씬 가파르게 줄고 있다. 따라서 한 국가의 FFI 변동성은 저소득층의 행태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연말로 갈수록 저소득층이 지출을 늘리면서 전체 FFI가 하락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FFI를 끌어올린 것은 대부분 중산층이었다(그림 3). 고소득층조차 독특한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림 1에 나타난 식비 절약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고소득층 소비자들이 유명 브랜드 대신 스토어 브랜드를 선택한다고 답했다.

허리띠 졸라매는 소비자에 인플레 둔화 전망

제롬 파월(Jerome Powell)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의장은 지난해 8월 연준의 긴축정책으로 ‘가계 고통이 예상된다’며, ‘물가를 잡기 위한 비운의 대가’라고 말했다.14 딜로이트의 FFI는 소비자의 기본적인 필수 구매 행태 변화를 파악해, 이러한 가계 고통을 수치로 집계하기 위한 지수다.

현재의 식품 인플레이션은 공급 부족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공급 경색이 일부 완화됐고,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정책으로 통화공급량이 줄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물가는 으레 내려가는 속도보다 올라가는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서 소비자들의 풀뿌리 노력이 힘을 발한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의 물가 상승을 감내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면, 소매업체와 소비재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된다. 고통스러운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절약 행태가 선행되면 언젠가는 식품 소매가격 상승세가 완화되는 데 도움이 된다.

식품 인플레이션에 대한 업계 대응 ‘긴요’

인플레이션과 소비자 절약 행태는 결국 평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식품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높고, 소비자들의 절약 행태는 5개월간 변함이 없다.

식료품 도소매 업체들은 비용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낭비와 재고 손실을 줄이고, 재고관리단위(SKU)도 축소하고, 매출이익을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하며, 거래자금을 공격적으로 비축해야 한다.

식료품 소매업체들은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어떠한 절약 행태를 보이는지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를 CPG 브랜드 기업들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가격 인상 반발 동향과 어떤 대목에서 이러한 반발이 일어나는지 파악하면, 사업체 운영의 의사결정과 가격 협상에도 도움이 된다. 브랜드 기업들은 가격 보전 노력을 소비자들에 최대한 어필하며, 소비자들과 한 편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팬데믹과 역대급 물가 급등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조직의 민첩성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오늘날 소매업체와 제조업체들은 기존의 사업 전략과 모델을 재구성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인플레이션은 언젠가 완화되겠지만, 넘어야 할 산은 앞으로도 계속 솟아오를 것이다.


1 Economist, “Food prices are outpacing wider inflation across most of the world,” daily chart, October 7, 2022.
2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data.
3 Rajashri Chakrabarti, Dan Garcia, and Maxim Pinkovskiy, “Inflation disparities by race and income narrow,” Liberty Street Economics: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January 18, 2023.
4 Deloitte, Deloitte Global State of the Consumer Tracker, 2022.
5 Megan Cerullo, “Americans are eating into their pandemic savings to handle inflation,” CBS News, Money Watch, July 5, 2022.
6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는 예상보다 비싼 제품 가격표(sticker)에 소비자들이 충격(shock)을 받는 현상을 뜻한다.
7 Deloitte, Deloitte Global State of the Consumer Tracker.
8 Lucia Mutikani, “US economy losing momentum as retail sales post biggest drop in 12 months,” Reuters, January 18, 2023.
9 FMI, “Power of private brands 2022: What makes private brands powerful to shoppers,” FMI – The Food Industry Association, June 2022.
10 US Bureau of Labor Statistics data.
11 The Deloitte Food Frugality Index measures longitudinal change in the percentage of respondents engaging in the six cost-saving grocery behaviors featured in figure 1.
12 Australia Bureau of Statistics (ABS) data.
13 Phillip Inman and Richard Partington, “UK inflation dips but food prices rise 17% amid squeeze on low-income families,” Guardian, January 18, 2023.
14 Jerome H. Powell, “Monetary policy and price stability,” speech at “Reassessing Constraints on the Economy and Policy,” an economic policy symposium sponsored by the 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 Jackson Hole, Wyoming, August 26, 2022.

저자

Leon Pieters 딜로이트 글로벌 Consumer Industry Leader 외 3인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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