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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화정책 경로 변화와 금융시장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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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와 금융시장의 기대 변화 및 밸류에이션을 다룹니다.
미국 통화정책 경로 변화와 금융시장의 기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연준)는 올해 두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화(FOMC) 정례회의를 마친 20일 정책성명서를 통해 기준금리(federal fund rate, FFR)를 5.25~5.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1] 이는 금융시장과 경제 주체들이 예상했던 결과다.
연준은 지난해 9월, 11월, 12월, 올해 1월 그리고 이번 3월 회의까지 연속 5차례 금리를 동결했다. 당면한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란 더욱 큰 확신을 얻기 전에는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금융시장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는 데 성공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연준이 완화정책을 조기에 실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기대는 정책당국자의 판단과 일정한 괴리를 노정했다. 연준 당국자들은 끊임없이 시장에 자신들이 당장은 금리를 내릴 의사가 없음을 전했고, 물가와 고용 지표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오자 금융시장의 기대는 바뀌고 있다.[2] 이 가운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미국 주가지수를 놓고 과열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거리다.[3]
3월 FOMC: 올해 3차례 금리인하 시사
주목할 만한 변화는 FOMC의 경제전망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4] 여기서 정책위원들의 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real GDP) 성장률 전망치(중간값)가 2.1%로 연말에 제시한 1.4%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잠재성장률을 넘는 경제 활동을 예상한 것이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0%로 작년 12월의 4.1%보다 낮아졌고,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2.4%에서 2.6%로 높아졌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돈다는 것은 과열 내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의미이지만, 그래도 올해와 내년까지 꾸준히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유지했다. 올해 2.1% 성장률, 2% 물가, 4% 실업률 달성이 이루어진다면 미국 경제는 ‘연착륙’(soft-landing)이 아니라 ‘무착륙’(no-landing)하는 셈으로,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연준은 보다 신중하게 정책을 운용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 정책 위원들의 올해 말 FFR 예상치(중간값)는 앞서 12월의 4.6%와 같았다. 이는 현행 FFR 유도목표 중앙값(5.375%)에서 0.775%포인트 낮은 것으로, 0.25%포인트씩 소폭 금리인하를 단행한다고 봤을 때 3차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셈이다. 현재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올해 기대치도 이와 같은 수준이다.
2025년 말과 2026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각각 3.9%와 3.1%로 12월 수치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인데, 이는 금리인하 횟수가 1차례씩 줄어들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FOMC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연초에 나온 인플레이션 보고서들에 대해 “연준의 입장에서 보면 물가 압력은 여전히 높은 것을 확인했지만, 물가가 때때로 험난한 경로를 지나 2%까지 점진적으로 하락한다는 전반적인 이야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하락에 대한 그 누구의 신뢰도 높였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연준이 물가 압력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더 얻기 위해서 앞으로 나올 인플레이션 지표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만약 물가 압력이 하락한다는 확신이 더욱 높아지지 않는다면 필요한 수준의 높은 금리를 고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그가 최근 의회에서 금리 인하에 필요한 자신감을 얻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그는 “연준은 조심성을 갖는 것이 적절하다”고 우회적으로 말해, 미국 경제활동이 강력하기 때문에 금리인하에 좀더 느린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착륙’ 기대가 ‘무착륙’ 우려로
‘연착륙’이 경제 용어로 쓰일 때의 의미는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기는 하지만 경기침체에는 빠지지 않는 국면혹은 시기를 일컫는다. 물가가 급등하고 실업률이 중립 이하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긴축 정책을 구사한 중앙은행은 이러한 연착륙을 기대하면서 정책의 ‘선회’(pivot)을 준비한다.
그 동안 긴축 정책의 부담을 겪은 금융시장은 앞으로 전개될 안전한 착륙과 함께 금리인하 정책 실시에 따른 금융 여건 완화를 예상하고 자산시장에서 선취매에 나선다. 이 경우 조심해야 할 것은 훌륭한 조종사와 관제탑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활주로에 평탄하지 않은 이상변수가 등장할 때이다. 이는 ‘울퉁불퉁한 착륙’ 시나리오에 해당한다.
그런데 경제가 착륙하지 않고 계속 날아간다면 어떨까? 성장률이 잠재력을 뛰어 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예상보다 덜 하락하며 실업률이 여전히 낮아 고용시장 여건이 타이트한 ‘무착륙’ 상황은 곧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도 없거나 매우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이 때문에 무착륙 시나리오는 강력한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등 자산시장에는 부정적이다.[5]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경기가 뜨겁다면, 올해 연준이 3차례 금리 인하는커녕 아예 금리동결을 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6] 올해 2월 미국 비농업부문 신규일자리 수가 27만 5,000개에 달했는데, 이는 경제학자들이 연착륙 시기에 예상하는 것보다 약 3배가량 많은 것이다. 미국 경제가 작년 하반기와 같은 속도로 성장하고 실업률이 4% 미만일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 지표들은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펼쳐져 있다. 예를 들어 타이트한 고용시장이나 물가와 달리, 연초 미국 제조업의 신규 주문은 정체했고 소매판매는 예상보다 부진했다.[7] 기업의 투자 의지를 꺾고 소비심리가 억제된 것은 경기침체 요인이 잠재해 있음을 보여준다.
사상 최고치 경신한 주가지수: 밸류에이션 거품인가?
불안한 물가와 부진한 소매판매 지표가 투자자들에게 준 불안감을 이번 3월 연준 FOMC는 씻어냈다. 파월 의장이 최근 한두 달 지표에 연연하지 않고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의지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3월 FOMC 종료일에 뉴욕 증시의 S&P500 지수는 1% 오르면서 5,224포인트로 마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9.5%나 상승했는데, 최근 20년 동안 1년 평균 성적보다 더 좋은 성과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나 나스닥(Nasdaq)지수도 기록을 세웠다.[8]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고 고금리 부담으로 은행 위기와 부동산 붕괴가 올 수 있다는 반복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낙관적이다. 위험자산 가격 급등은 다시 한번 ‘거품’ 논란을 불러온다.[9]
최근 ‘매그니피센트 7종목’, 이보다 좁게는 ‘AI 열풍’에 힘입은 4개 거대 기술기업[아마존(Amazon), 메타(Meta),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그리고 엔비디아(Nvidia)] 주가가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한 것은 잘 알려진 특징이다. 최근 상황을 과거 ‘닷컴 열풍’으로 주식시장에 거품이 발생했던 1990년대 말과 비교한다.
과거 혁신 요소는 ‘인터넷’이었고, 이것이 세상을 변화시켜 새로운 거대기업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예측은 옳았다. 1990년대의 엔비디아는 통신장비 대기업 시스코(Cisco)였다.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시스코의 순이익은 2000년 44억 달러에서 최근 연도에 128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과거 시스코 주식을 고점에서 매입한 투자자는 지금 큰 고통에 빠져 있다. 미래 수요와 공급, 현금흐름 등 기업의 경제적 펀더멘털과 주가 밸류에이션(평가 수준) 사이에 지나친 괴리가 발생하면 거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밸류에이션 추이를 보기 위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의 경기조정 주가수익배수(Cyclically Adjusted PE Ratio, CAPE)로 보면, 미국 S&P지수의 CAPE는 최근 다시 34배를 넘었다. 과거 거품 사례나 역사적 추세선과 단순 비교하면 현재 수치는 고평가 영역에 있다.
하지만 실러 교수는 저금리 시기에는 주식 평가의 주요소인 할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CAPE가 높아지는 특징이 있고, 이 때문에 과거 금리가 높은 시기의 수치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1990년대 물가를 감안한 미국 국채 10년물 실질금리는 3~4% 수준이었지만, 2020년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실러 교수는 이러한 단점을 수정하면서 장기 주식 (초과)수익률을 추정하기 위한 모델로, CAPE의 역수(1/CAPE)에서 10년 실질 채권수익률을 뺀 ‘초과CAPE수익률’(Excess CAPE Yield, ECY)을 새로운 지표로 제시한다. ECY는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이자율의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여 채권 대비 주식의 초과수익률을 나타낸다.
그런데 최근 다시 상승한 CAPE 배수에다 정책 금리 인상과 물가 둔화로 실질금리가 2% 부근까지 반등하면서, ECY는 1.4% 수준까지 낮아졌다. 주식의 채권에 대한 초과수익이 남아 있지만, 지금 추세적으로는 역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CAPE 배수로 보지 않더라도, 주식시장이 고평가 영역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미국 증시의 강력한 성과는 신기루에 가깝다고 본다. 연준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198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 기업에 대한 실효 법인세율이 3/5까지 떨어졌고 평균 이자율은 2/3로 하락한 것이 앞선 1962~1989년 기간과 비교할 때 기업 이익 증가율 차이를 설명하는 유일한 요소였다.[10] 그러나 이제는 금리 하락 추세가 반전되었고, 실효 법인세율은 인상되는 분위기다.
기업 수익성이 더 좋아질 수 없다면, 투자자들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는 수밖에 없다. 앞으로 10년간 이자율과 법인세율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기업 수익이 연간 6% 증가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도 앞서 주식시장의 10년 영광을 재연하려면 미국 CAPE가 51배까지 상승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11]
결국 과도한 거품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기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높아져야 한다. 투자자들이 AI의 성과에 대해 주목하고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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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ederal Reserve, “FOMC statement”, Mar. 20, 2024
2 연초에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6~7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달 여 밀고 당기기 끝에 3월 FOMC를 앞두고 나온 최신 물가 지표를 본 뒤 ‘올해 3차례 금리인하’로 기대치를 낮췄다. Financial Times, “Markets capitulate to Federal Reserve on interest rates after months-long stand-off”, Mar. 16, 2024
3 The Economist, “Is the bull market about to turn into a bubble?”, Mar. 11, 2024
4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Mar. 20, 2024
5 Nouriel Roubini, “Where Will the Global Economy Land in 2024?”, Jan. 8, 2024
6 Michael R. Strain, “What Soft Landing?”, Mar. 11, 2024
7 U.S. Census Bureau, “Advance Monthly Sales for Retail and Food Services”, Mar. 14, 2024
8 L.A. Times, “Federal Reserve still sees rate cuts for 2024; stocks rally to records on Wall Street”, Mar. 20, 2024
9 The Economist, “Is the bull market about to turn into a bubble?”, Mar. 11, 2024
10 Smolyansky, M. “End of an era: The coming long-run slowdown in corporate profit growth and stock returns”, June 2023
11 Jordan Brooks, “Driving with the Rear-View Mirror”, AQR, Dec.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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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사헌 Director
성장전략본부 딜로이트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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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eloitte Global Economist Network, DGEN)는 다양한 이력과 전문성을 지닌 이코노미스트들이 모여 시의성 있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