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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불균형 개입과 산업정책 확산이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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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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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1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확산하는 주요국 산업 정책과 무역 개입의 배경과 기업의 대응 방안을 소개합니다.

무역불균형 개입과 산업정책 확산이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

미-중 무역전쟁과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 당분간 지속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정책 변화에 계속 영향을 받는 위치에 놓였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각종 보호주의적 산업 정책이 확산일로에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본고에서는 탈세계화 속에서 무역 개입 및 각종 산업 정책이 도입되는 배경과 의미, 그리고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을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탈세계화: 정책이 주도하는 ‘지리경제학적 분절화’

탈세계화(deglobalization)를 둘러싼 연구와 논쟁은 아직 마땅한 결론이나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세계화 추세가 중단되거나 역전되었다는 현실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1] 더구나 팬데믹과 전쟁,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발생한 공급망 혼란과 자국중심주의의 확산 등과 같은 충격으로 앞서 양극화와 금융위기 사태로 인한 세계화에 대한 불만(반세계화)이 표출되었다. 또한 국가별 다양한 정책적 대응이 더해지면서, ‘지리경제학적 분절화’(geoeconomic fragmentation)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대두된다.[2]

최근에 발생했던 팬데믹과 전쟁, 각종 산업정책 및 규제 정책 등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그 근저에는 수십 년간 세계 경제의 발전을 주도해 온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이데올로기, 그 현화로서 ‘워싱턴 컨센서스’(Washington Consensus)의 근간이 흔들린 결과라는 본질이 있다.[3] 

2008~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불균형 논쟁과 반세계화 시위가 세계화 속도를 늦추기는 했지만(슬로벌라이제이션) 추세 자체를 역전시키지는 못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 이후에도 국제 무역은 빠른 회복탄력성을 보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빠르게 성장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품 무역과 국제 투자 흐름에 변화는 있었지만, 이 자체로는 탈세계화의 근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4] 

하지만 최근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과 같이 지정학적 분열에 따른 국가 안보에 대응하려는 시도와 함께 지속되는 미-중 경제 디커플링 양상은 새로운 경제적 현실 혹은 경제적 변곡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 차원에서 무역 개입과 산업 정책을 활용하기 시작했다.[5] 이에 비해 중국은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이니셔티브를 최근 ‘쌍순환’((双循环) 혹은 ‘이중순환’(dual circulation) 경제 전략으로 대체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내수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 성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국제 무역과 투자에도 개방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6] 하지만 계속되는 미국의 견제 정책에 대응하거나 우회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산업 정책의 부활

세계화의 혜택을 입고 미국을 위협하는 자리에 올라선 중국과 달리, 세계화를 주도했던 미국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일종의 탈세계화를 추구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무역 개입주의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7] 자유 무역과 세계화가 낳은 불균형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보고 새로운 규칙을 수립하고자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8]

이른바 3B(BBB, Build Back Better) 전략으로 불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는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지속될지 기로에 놓여지만, 그 핵심은 산업 정책(industrial policy)의 부활이다. 미국의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과 같은 경제 법안 등이 모두 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이해된다.[9]

미국은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로 귀결된 과거 세계화의 산물인 글로벌 불균형을 벗어나, 자신이 주도하는 글로벌 자유무역이 올바른 ‘비교 우위’에 설 때까지 개입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올해 3월 초에 발표한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가 그 귀결이다. 올해 보고서는 노동자 중심 정책, 미-중 관계 재정립, 공급망 회복력 강화, 탈탄소 및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하여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3년간 기조를 재확인했다. 특히 명시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와 핵심국과의 공조를 통한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10]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대중국 경제 속에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총 7,73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8.7% 감소하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11] (그림 2 참조)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수지 적자 비중은 2022년 3.7%에서 2023년에 2.8%로 줄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는 2,794억 달러로 전년대비 26.9% 급감한 대신 대멕시코 및 대한국 무역적자가 각각 사상 최대치로 늘어났다. 미국의 대중 적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3,777억 달러로 최고치에 달했지만, 이후 대중 고율관세부과 등 무역전쟁 본격화와 무역합의, 일련의 제한 정책 등으로 최고점에 비해 26% 줄어들었다.

세계화 속에서 지속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즉 무역수지 및 재정수지의 동시 적자라는 불균형의 원인이 미국 자신에게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지속적인 무역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한 개발도상국 혹은 신흥시장의 자본이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거대한 자산시장 금융센터를 만드는 식으로 금융세계화를 추진한 결과라는 것이다.[12] 

무역 개입을 통한 ‘지속가능한’ 자유무역 추구

세계은행(WB) 통계에 의하면, 2022년 말 기준으로 세계 경제(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 정도다. 이는 1997년 19%에 비해서 3%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중국의 GDP에서 제조업의 비중은 28%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 그 비중이 11%에 그쳐 선진국들 중에서도 가장 낮다. 반대로 세계 경제에서 가장 많은 비중(75%)을 차지하는 소비의 경우, 미국은 그 비중이 80%에 달하지만 중국은 53% 수준이다. 이러한 제조업과 소비의 비중 차이는 동일한 글로벌 무역 불균형의 다른 표현이다. 미국과 중국이 불균형의 양극단을 대표하는 국가이다. 중국은 억압된 수요로 인한 과잉생산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외부화하는 셈이다.

페티스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불균형에 따라 미국은 나머지 세계의 흑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적자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무역흑자국은 사실 부족한 국내 수요 때문에 제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국가이며, 그 반대인 미국은 제조업이 국내 소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불균형에 의한 왜곡에서 벗어나 비교우위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자유무역의 미래로 가려면, 개도국 및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왜곡된 자본 흐름을 막는 글로벌 리밸런싱 과제를 풀어야 한다. 당연히 새로운 비교 우위에 기반한 자유무역을 장려하는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전제조건

페티스 교수는 세계 무역 확대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무역 확대로 인한 생산의 확대가 소비와 저축 사이에 효율적으로 분배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한다.[13] 즉 무역을 통해 자원이 가장 생산적인 부문으로 이동하고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수출은 더 많은 수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주체가 더 잘 살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과거 1930년대 수출진흥, 수입제한, 평가절하 등을 통한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s) 정책은 세계 소비를 억제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경우 적자국은 생산 감소로 실업률이 상승하고, 총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수요를 더욱 위축시켜 세계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지속적인 부채 증가 역시 유지 불가능한 대응책이다. 

작금의 세계 경제는 무역 흑자국이 남은 저축을 적자국으로의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단기적으로 투자의 증가를 통해 총수요를 감소시키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균형이 흑자국의 실업률 증가와 외채 증가를 유발한다면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는 부정적으로 작동한다.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서는 무역수지가 전반적으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이때 수출의 목적은 수입품의 가치를 극대화함으로써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반대로 보면 수출품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경주된다는 얘기다. 또한 각국은 비교 우위 혹은 비교 열위에 따른 선택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미국은 보호주의적 산업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다시 국내로 들여오려고 노력 중이다. 이 과정에서 무역흑자국에 관세를 부과하여 덤핑 능력을 제한하거나, 자본유입에 대해 과세를 하자는 요구가 따라 나온다. 산업 정책은 사실상 개도국의 근린궁핍화 전략에 대응하는 일종의 ‘역근린궁핍화’ 정책이기도 하다.

한편 자본세 부과의 경우 달러화의 글로벌 지배력을 등에 업고자 하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과 미국 정부 기관 그리고 해외로 투자 자본을 쉽게 이전할 수 있는 대기업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들이 강력한 힘을 가진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도입이 쉽지는 않다.

무역 개입과 산업 정책의 성공 사례

미국의 무역 개입 정책도 크게 보면 산업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산업 정책은 공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활동 구조의 변화를 명시적인 목표로 삼는 정부 정책으로 정의된다.[14] 과거 영국이 14세기 모직물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출입 억제 정책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며, 19세기 초 도입한 곡물법은 비교 우위론에 기초한 자유무역주의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 정책은 세계화 이전에는 보편적인 국가 정책이었지만, 보호무역주의와 보조금 지급에 따른 비효율성과 경제 왜곡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자유무역주의 입장에서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전후 ‘성장 기적’ 경제로 알려진 한국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에 대한 재평가와 같이 성공사례를 입증한 연구 결과들이 나왔다.[15] 

최근에는 공급망 확보 및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녹색기술과 첨단기술 혁신을 위한 공공 및 민간 지원 등을 통해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16] 한국의 중화학산업 육성 외에도 대만의 산업보호 정책과 미국의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 달파)의 인터넷과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등 최첨단 신기술 개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경제적 논리로 보자면 산업 정책의 근거에는 세 가지 범주가 있다. 먼저 시장의 실패로, 긍정적인 외부효과를 창출하지 못할 때 필요하다. 유사한 두 번째 근거는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자율적인 조정이 실패하는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산업을 위한 충전 인프라 확대와 같은 공공재에 대한 투입이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경제학자들은 산업 정책이 선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올바른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봤다. 앞서 자본세 도입과 같이 특정 경제 주체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도 산업 정책의 성공이 힘들다고 보는 이유였다.

현실에서는 경제학계의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산업 정책이 계속 활용되었다. 과거 측정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을 통한 분석에서는 산업 정책이 주요국 경제 전반에 폭넓게 작동할 뿐만 아니라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경제학자들의 산업 정책에 대한 반대가 별 의미가 없다는 말도 된다.

로드릭 교수 등이 최근 제시한 ‘산업정책의 신경제학’에서는 다양한 최신 연구 결과 유치산업 보호 육성, 공공 연구개발 그리고 거점기반산업 육성 등에 있어서는 산업 정책의 신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주장한다.

앞서 한국과 대만의 정책이 유치산업 보호 육성 성공 사례에 해당하며, 공공 연구개발 및 거점 기반 산업정책의 경우 미국의 달탐사선 아폴로 개발 프로젝트인 ‘문샷’(Moonshot)이 표준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문샷은 최근 주요국의 장기 공공 R&D 전략의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미국은 암 정복을 위한 ‘캔서 문샷’을 추진 중이기도 하다. 이 경우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국가 전략적 선택 상황에서 해당 기술과 지역, 기업을 선택할 때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더 장기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정책 확산에 대한 기업 대응전략은

무역 개입 및 산업 정책이 확산되는 것은 국내외 기업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미국의 CHIPS와 IRA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와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이끌어 내도록 한 것이나, 일본이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최근 변화가 그것이다.

앞서 검토했듯이 산업 정책이나 보호무역주의는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비효율성과 왜곡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로 반도체나 녹색 기술의 발전을 이루게 되면 각국이 경쟁적으로 보다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자고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산업 정책이나 보호주의가 양산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 정책은 앞으로 기업 경영에 갈수록 더욱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더구나 과거 성공한 산업 정책에 대한 최신 연구들과 함께 명시적으로 ‘바이드노믹스’가 최근 미국 경제의 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때문에, 산업 정책을 잘 활용할 경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거나 혹은 트럼프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이러한 성공한 정책 노선을 변경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무역 불균형에 대한 강력한 대중국 견제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더욱 파괴적인 방식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 정책이나 보호주의의 확산은 그 반대편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통한 대응 전략의 확대로 귀결될 수도 있다. 국제 소송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제소에 나서는 원고 국가는 이를 이용해 상계관세 등을 활용한 보복에 나설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해당하는 기업이 잘 살펴야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산업 정책은 유행하는 추세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몇 가지중요한 지점에서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17]

먼저 이러한 산업 정책들 다수는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지원을 활용하기 위해 특정 목표에 맞게 기업 운영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업 정책은 공급망 확보, 기술 혁신 강화, 기후 목표 달성 등을 기반으로 설계되며 이 때 민간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정책당국과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이를 함께 추진하면서 자신의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산업 정책은 투자와 경제적 우선순위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기술에 필요한 인재 수요도 증가하는데, 이에 따라 기업은 기존 인력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실제로 정책과 무관한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자체 인력이 유출될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투자와 신기술에는 항상 인재에 대한 수요 증가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산업 정책으로 인해 공급망의 다변화가 계속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 등 공급망 확보를 위한 재검토가 필수적이다. 특히 공급망 구조에서 중요한 사업의 용이성, 에너지 비용, 평균 임금, 물류 인프라 등 다양한 고려사항들과 함께 관련 산업 정책의 인센티브나 제한 사항이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1] Pinelopi K. Goldberg and Tristan Reed, “Is the global economy deglobalizing? If so, why? And what is next?”, Brookings, Mar. 29. 2023
2 김사헌 Directior, 양원석 Senior Consultant, “세계경제 불확실성과 ‘고르디우스의 매듭’”, Deloitte Insights No. 25 퍼마크라이시스와 리질리언스 전략, 2023.04.12
3 세계화(globalization), 글로벌 경제(global economy)라는 용어는 사회학적인 분석 용어가 아니지만 역사는 길다. 1980년대 이래 등장한 세계화는 상품과 서비스, 기술, 투자, 사람, 정보가 국경을 넘어 거래되면서 경제와 사회, 문화 그리고 인류 전체의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현상 일반을 가리킨다.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세계화는 국제 무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투자 흐름을 중심으로 보는 현상이다.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PIIE), “What Is Globalization? And How Has the Global Economy Shaped the United States?”, Oct. 24, 2022 참고
4 Ira Kalish and Michael Wolf, “Globalization is here to stay”, Deloitte Insights, Dec. 14, 2022.
Patricia Buckley Bhavna Tejwani, “Is deglobalization in the cards?”, Deloitte Insights, Feb. 28, 2023
5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헤게모니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중국이 미국 경제를 위협한다는 인식이 결합되면서 ‘아시아 중시전략’(pivot to Asia)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됐다. 아직 덜 성숙한 중국 경제를 보다 엄격한 규칙에 기반한 다자간자유무역협정(TPP 등)을 통해 견제하고자 했으나, 이미 글로벌 불균형 추세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과 함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글로벌 무역협정을 주도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는 고율 관세 부과와 수입 제한 등의 고강도 대중 견제 정책을 사용했는데,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 중국도 내수 중심으로 체질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아직 성공한 나라가 드문 장기적인 시도이다.
6 Pinelopi K. Goldberg and Tristan Reed, “Growing threats to global trade”, IMF F&D, Jun. 2023
7 DANI RODRIK, RÉKA JUHÁSZ, and NATHAN LANE, “Economists Reconsider Industrial Policy”, Project Syndicate, Aug. 4, 2023
8 Michael Pettis, “Can Trade Intervention Lead to Freer Trad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Feb. 23, 2024
9 Réka Juhász, Nathaniel Lane, Dani Rodrik, “The new economics of industrial policy”, VoxEU, Dec. 4, 2023
10 USTR, “President Biden’s 2024 Trade Policy Agenda and 2023 Annual Report to Congress”, Mar. 01, 2024
한국무역협회, “2024년 美 바이든 행정부 통상정책의제 주요 내용 및 시사점”, 2024.03.04에서 재인용
11 U.S. BEA & Census Bureau, “U.S. International Trade in Goods and Services, December and Annual 2023”, Feb. 7, 2024
12 Michael Pettis, “Can Trade Intervention Lead to Freer Trade?”,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Feb. 23, 2024
13 Michael Pettis, ibid.
14 Réka Juhász, Nathaniel Lane, Dani Rodrik, “The new economics of industrial policy”, VoxEU, Dec. 4, 2023
15 Andrei Levchenko and Jaedo Choi, “When industrial policy worked: The case of South Korea,” Centre for Economic Policy Research (CEPR), November 9, 2021
16 Ira Kalish, Michael Wolf, “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y”, Deloitte Insights, Jun. 12, 2023
17 Ira Kalish, Michael Wolf, ibid.

저자: 김사헌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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