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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경직성과 연준 긴축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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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딜로이트 인사이트는 글로벌 경제 및 산업 구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이슈에 대한 인사이트를 소개하고 최신 경제산업 데이터와 그 함의를 분석한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매주 금요일에 발행합니다.

딜로이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박사를 비롯한 딜로이트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트워크(DGEN)가 매주 배포하는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를 통해 중요한 세계 경제 동향을 간편하게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국내 유력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부 배포되고 있으며, 딜로이트의 풍부최한 경제·산업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플랫폼의 기초 콘텐츠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을 부탁드립니다.

2023년 2월 4주차 딜로이트 주간 글로벌 경제 리뷰는 다음의 주요 이슈에 주목했습니다.

1. 미국 인플레이션 경직성과 연준 긴축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 변화
2. 미국 1월 소매판매 ‘서프라이즈’…경기 개선 혹은 계절적 요인?
3. 영국 경제 전망 개선됐지만, 침체 위험 여전하다
4. 유럽과 미국 에너지 공급 상황 호전 중

1. 인플레이션 경직성과 연준 긴축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 변화

미국 1월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됐지만, 속도가 기대만큼 가파르지 않았다.1 이 때문에 경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경직적이어서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물가 통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회의론은 정당한 것일까? 사실 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완화되지 않은 이유는 수 개월간 하락했던 에너지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2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은 6.4%로, 작년 12월의 6.5%보다 하락하며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일으킨 것은 전월비 상승률이 0.5%로 12월의 0.1%보다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이는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작년 12월에 에너지 가격이 월간 3.1% 떨어졌다가 1월 들어 2% 오른 것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12월에 7.2% 급락했던 휘발유 가격이 1월 들어 1.9%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은 원래 변동성이 심하지만, 1월 반등은 개선된 세계경제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이 높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5.6%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3  전월비로는 12월과 동일한 0.4% 상승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기저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하위 항목들 중 식품과 항공료 등이 크게 뛰었다. 식품 가격은 전년비 10.1% 급등했으나, 월간으로는 0.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항공료는 전년비 무려 25.6% 올랐으나, 전월비로는 2.1% 하락했다.4

가장 경직성을 보인 인플레이션 항목은 CPI 집계 비중에서 1/3을 넘는 주거비다. 주거비는 부동산 실질 임대료를 반영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소유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도 반영된다. 소유 부동산을 임대한다면 임대료를 얼마로 책정하겠느냐를 물어, 부동산 소유에 따른 추정 비용을 집계하는 것이다. 월간으로 집계하기에는 부동산 임대차 회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으로 임대료를 집계해 CPI 항목에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거비는 큰 변동성을 보이지 않고, 부동산 가격 변동을 뒤늦게 반영한다.5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2022년 중순까지 급격히 상승한 탓에, 뒤늦게 주거비 상승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1월 주거비는 전년비 7.9%, 전월비 0.7% 올랐다. 하지만 최근 수 개월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므로, 이는 올해 하반기 주거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인플레이션 완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1월에 식품과 주거비를 제외한 CPI는 전년비 4.6% 상승했다.

주요 내구재 품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중고차 가격은 전년비 11.6%, 전월비 1.9% 각각 하락했고, 가전제품 가격은 전년비 3.9%, 전월비 2.4% 각각 내렸다. 컴퓨터 가격은 전년비 6.2%, 스마트폰 가격은 전년비 무려 23.9%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체 내구재 가격은 전년비 1.3% 하락했고, 전월비로도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인플레이션 급등 초기에는 내구재가 물가 상승을 대부분 견인했다. 수요는 치솟는데 공급이 달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공급망 혼란이 발생했고 비용이 증대했으며,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내구재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도 하락 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플레이션 전망은 어떻게 될까? 에너지 가격이 치솟지만 않는다면 향후 수 개월간 인플레이션은 완화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반등하면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오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다. 또한 하반기 들어 주거비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전체 인플레이션율도 더욱 가파르게 하락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질문은 연준의 행보에 대한 것이다. 최근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율을 끌어내리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6 그는 “금리가 몇 차례 더 인상될 것”이며, 물가 통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월 의장은 재화 가격이 하락 중이고 하반기 주택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이번에는 서비스 가격 경직성이 주된 우려 사안이라고 꼽았다. 다른 연준 정책결정자들도 유사하게 인플레이션율을 안정 목표치인 2%로 끌어내리기 위해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7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 함께 1월 인플레이션 지표뿐 아니라 고용과 소매판매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자, 많은 투자자들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상향 조정했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도 고용시장 경색이 지속돼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충분히 낮추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율(BEI: breakeven inflation rate)이 상승했다.8 BEI는 명목국채 수익률에서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을 뺀 것이다. 물가에 따라 원본 가치가 변하는 TIPS의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조정, 즉 실질 수익률이다. 따라서 명목(국채) 수익률과 이러한 실질 수익률 간 차이(스프레드)는 사실상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인 셈이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2.09%에 머물던 5년물 국채 BEI가 2월 3주차 후반에 2.5%까지 상승, 2022년 12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BEI는 연준의 긴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완화되자 지난해 10월 이후 쭉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제 상당수 투자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BEI가 완만하게 상승한 것은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앞으로 인플레이션율 하락세가 완만할 것이며, 연준이 생각하는 물가 안정 수준까지 내려가는 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는 신호다.


1 Consumer Price Index - January 2023 (bls.gov)
2 Ibid.
3 Ibid.
4 Ibid.
5 Ibid.
6 CPI: Prices rise 6.4 percent in January, seventh month of easing inflation - The Washington Post
7 Ibid.
8 5-Year Breakeven Inflation Rate (T5YIE) | FRED | St. Louis Fed (stlouisfed.org)

2. 미국 1월 소매판매 ‘서프라이즈’...경기 개선 혹은 계절적 요인?

지난해 12월 미국 소매판매와 소비지출, 산업생산 등 일련의 지표가 악화되자 일각에서는 이를 경기침체의 첫 신호로 봤다. 물론 경기침체가 개시되었는지 여부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이러한 소비지출을 포함한 광범위한 월간 경제 지표를 근거로 판단할 것이다. 하지만 1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서자, 경기침체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쏙 들어갔다. 특히 소매판매가 큰 폭 증가했다. 

이 대목에서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소매판매 증가세가 강력한 경기 회복 신호를 보낸 것이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에 더욱 고삐를 죌 것인가? 아니면 1월 수치는 소매판매 특유의 계절적 패턴을 반영한 것일 뿐일까?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1월 소매판매는 작년 12월 대비로 3% 증가했다.1 이는 예상치를 상회한 것이며 2021년 3월 이후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전년비로는 6.4% 증가했다. 이들 숫자는 물가를 반영하지 않은 명목 수치일 뿐이다. 그런데 올해 1월 CPI 월간 상승률이 0.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매판매가 월간으로 3% 증가한 것은 대단히 큰 실질 증가율이라 할 수 있다.

소매판매가 이처럼 큰 폭 증가한 것은 경기 개선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1월 고용 증가세(50만 개 이상)도 이러한 신호를 보낸 바 있다. 또 사회보장연금 수령자 7,00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1월 체감 생활비가 8.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이번 소매판매 수치가 그저 계절성 변덕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연말 쇼핑시즌 호재로 12월에 소매판매가 대폭 증가했다면 1월에는 통상 대폭 줄어든다. 소비자들이 12월에 받은 선물을 환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쇼핑시즌 이전인 11월에 쇼핑을 마쳤다면 12월 소매판매는 오히려 감소할 수 있고, 이것이 맞는다면 이어진 1월의 감소 압력이 예년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계절성을 반영하여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 증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올해 1월 소매판매는 단순히 통계 방식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이상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세부항목을 살펴보면, 식료품(월간 0.1% 증가에 그침)과 휘발유(월간 보합) 판매를 제외한 모든 항목이 급증했다. 식료품 판매가 저조한 증가세를 보인 대신, 레스토랑과 주점 외식이 전월비 7.2% 급증했고, 전년 대비로는 무려 25.2% 증가했다. 12월에 월간 6.5% 감소했던 백화점 판매는 17.5% 급반등했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계절성 변덕 때문일 수 있다. 지난해 연말 쇼핑시즌에 받은 상품권을 1월에 쓴 소비자가 많았을 수도 있고, 단순히 1월에 패션 품목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을 수도 있다.

전자제품 판매는 전월비 3.5% 증가했으나, 전년비로는 6.3% 감소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가격이 지난 한 해 크게 하락하면서 판매 액수가 줄었다. 자동차 대리점 판매는 전월비 6.4% 증가했다.

1월 소매판매 발표 후 금융시장은 주가지수 하락과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반응했다. 연준이 예상보다 더욱 강한 긴축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진 영향이다. 결국 금융시장은 1월 소매판매 지표를 경제 개선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소매판매와 고용 지표 등이 경제 개선 신호를 보낼수록 연준의 긴축발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1 Advance Monthly Sales for Retail and Food Services, January 2023 (census.gov)

3. 영국 경제 전망 개선됐지만, 침체 위험 여전하다

* 이언 스튜어트(Ian Stewart) 딜로이트 영국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음과 같이 상향 조정했다. 

나는 1년여만에 처음으로 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다. 경기침체 위험은 여전히 살아있지만 예상보다 짧고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공급, 인플레이션, 중국·미국·EU 등 경제 상황이 호전된 것이 전망치 상향의 배경이다.

2023년 영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전 전망치인 -1.4%에서 대폭 상향한 것이다. 영국 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0.2%를 기록한 후 4분기에는 보합을 기록해 가까스로 경기침체를 피했다.1 하지만 올해 1~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치 상향의 배경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에너지 위기가 완화됐다.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대폭 줄이고 미국과 카타르 등에서 대체재를 찾았다.2 따뜻한 겨울 날씨 덕분에 에너지 사용량도 줄었고, 강한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 발전량도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현재 영국 도매 가스 가격은 여름철 정점 수준의 약 1/5 수준에 거래되며3,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영국과 유럽 대륙은 올 여름 대규모 정전사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인플레이션율은 10.5%로 높은 수준이지만4, 이미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며 향후 18개월간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은 잉글랜드은행(BOE)이 이미 금리를 올릴 만큼 올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6%를 넘었던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고점 전망치가 약 4.5%로 떨어졌다.5 BOE의 긴축 전망이 완화되자, 금융시장 여건도 완화돼 주식 등 위험자산이 회복하고 이와 함께 경제성장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미국과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면서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은 상당히 줄었다. 중국 경제 전망도 ‘제로코로나’ 정책이 철회되면서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위안화와 주가지수가 급등하고 있다.6

이처럼 영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전망이 연초에 비해 개선되고 있지만, 위험 요소들은 여전히 많다. BOE도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상당하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상품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려면 원자재 상품 가격뿐 아니라 임금상승률도 하락해 국내 물가 압력이 완화돼야 한다. 과거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 실업률이 상승하고 내수가 위축돼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이 수순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대폭 낮추면서도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 연착륙에 성공할 것인가? 대폭 하락 중인 원자재 상품 가격은 분명 연착륙에 도움이 되지만, 2%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임금상승 압력도 한층 줄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돼야 한다. 

영국 경제는 1년여에 걸친 긴축 통화정책에도 회복력을 보이며 경기 동력이 살아있음을 신호했다. 따라서 한동안 내수가 한층 위축되고 실업률이 더 올라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보다 가볍고 빠르게 지나가기는 하겠지만, 영국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당히 크다.


1 Home - Office for National Statistics (ons.gov.uk)
2 IEA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 IEA
3 Ibid.
4 TRADING ECONOMICS | 20 million INDICATORS FROM 196 COUNTRIES
5 Ibid.
6 Ibid.

4. 유럽과 미국 에너지 공급 상황 호전 중

지난 수 개월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계속 하락했다.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주요국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고, 이와 더불어 심각한 경기침체 위험도 줄었다. 특히 유럽 경제 전망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한 해 유럽의 가장 큰 공포는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삼아 서유럽행 송유관 공급을 대폭 줄이면서 공급난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 각국은 대체재를 찾는 데 성공했다. 노르웨이와 알제리아산 가스와 더불어 미국과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량을 늘렸다.1 게다가 따뜻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자 수요도 줄었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했다.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한참 전인 2021년 중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2 지난해 8월 기록한 고점에서는 무려 85% 하락한 수준이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4배 높은 수준이다.3

현재 천연가스 비축분이 넉넉하기 때문에 유럽 에너지 공급은 한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또 제조업 가스 공급량은 대폭 줄었으나, 대체 에너지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면서 생산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럽에 갑자기 강추위가 닥치지 않는 한, 천연가스 비축분은 올해 내내 증가해 다음 겨울까지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전쟁이 끝나 러시아가 송유관 공급을 재개하면 천연가스 가격이 한층 더 급락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쟁이 조속히 종식될 것이라 기대하기가 어렵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도 계속 하락 중이다.4 미국 가격은 지난해 8월에 기록한 고점에서 약 75% 내리며, 2020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반면 미국산 LNG 수출 가격은 2022년 말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1년 전에 비해 대폭 오른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유럽의 미국산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편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등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미국 전기료는 크게 올랐다. 미국의 전기료 규제당국인 주 정부들이 2022년 에너지 가격 급등 초기 전기료의 대폭 인상을 허용한 탓이다. 게다가 미국 유틸리티 부문은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비용이 추가되고 있다. 이처럼 전기료가 급등하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부담이 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전기료가 안정화되면 인플레이션 압력과 더불어 경기침체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 European natural gas prices fall to 18-month low as energy crisis ebbs | Financial Times (ft.com)
2 Ibid.
3 EU Natural Gas - 2023 Data - 2010-2022 Historical - 2024 Forecast - Price - Quote (tradingeconomics.com)
4 Natural gas - 2023 Data - 1990-2022 Historical - 2024 Forecast - Price - Quote - Chart (tradingeconomics.com)

저자: 아이라 칼리시(Ira Kalish)

딜로이트 투쉬 토마츠(DTTL)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배서칼리지 경제학 학사,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박사전 세계 경제·인구·사회가 글로벌 기업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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